민주통합당 지도부는 13일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와 관련, "공정방송과 ICT(정보통신기술) 둘 다 살릴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의 SO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지 않을 경우 미래부가 관장하게 될 ICT 진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상생' 논리로 대응했다. 민주당이 미래부 신설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목잡기' 논란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미래부 신설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라며 "공정방송과 ICT 진흥 둘 다 살릴 수 있다. 융합이 가능하다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은 '미래부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브레이크를 걸고 여당은 버티면 된다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함께 결단하면 1% 남은 합의를 해낼 수 있다"고 촉구했다.

 김동철 비대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으로 방송장악의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우리 민주당은 언제든지 원안대로 처리를 할 의지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말이 지배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률이 지배하는 법치국가다. 방송장악 의지가 없다는 것을 말이 아닌 법률로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소송제기를 위한 법률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와 관련, "한 편의 새누리당판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여야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대통령이 간섭해서 합의를 파기한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 위해 직권상정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비대위원들은 박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정부조직법 협상을 교착상태로 빠뜨리고 있는 장본인이 박 대통령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문병호 위원은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협상을 교착상태로 빠뜨리고 있는 가장 근본적 원인"이라며 "정부조직법 개편논의는 입법사항으로 국회의 권한이고 책무다. 이런 국회 권한과 책무를 대통령이 존중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최근 정부조직법 협상을 보면 여당과 야당의 위치가 바뀐 것 같다"며 "야당은 어떻게 하든 절충안을 마련하고 타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반면 여당은 원안고수만 주장하면서 '안 하려면 말아라, 네 멋대로 해봐라' 이런 식으로 나오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새누리당을 비난했다.

 박홍근 위원 역시 "박 대통령의 쐐기발언이 안타깝다"며 "여야보고 협상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여당을 쪼다로 만들고 야당을 바보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박 위원은 "야당은 존재의 이유까지 의심받는 경계까지 양보하고 또 양보했다. 이 이상 무엇을 더 양보하란 말인가"라며 "이렇게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는 안철수 전 교수가 아니라 안 전 교수의 할아버지가 와도 풀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여야협상을 존중하고 국회에 맡겨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