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을 넘겼지만 정부조직법 협상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제안한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특별법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지만 궁극적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소관부처를 놓고 여야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여야는 공식 회담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물밑접촉을 통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마감 시한'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여야는 기싸움만 벌이고 있어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SO에 대한 인·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놓되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SO에 대한 인·허가권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민주당이 우려하는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여야 협상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등장이 돌파구 찾기에 동력이 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안 전 교수는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연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野, ICT 특별법 내놓았건만 與는 '빈손'

 앞서 양당은 지난 주말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과 ICT 진흥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 교차 토론키로 했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30분 만에 등을 돌렸다. 각각의 보완책이 흡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ICT 진흥을 위한 '정보통신산업진흥특별법' 제정안을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이는 정부, 전문가, 현업 종사자들로 ICT 진흥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기존의 정보통신산업진흥법을 중심으로 기존법을 통합·확대·재편토록 했다.

 특히 현재 분산된 ICT 관련 법제의 통합과 산업활성화 지원 근거규정을 입법화하고, C-P-N-T(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 생태계 활성화 방안과 ICT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그랜드 플랜 수립 및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가 역지사지 자세로 대안을 만들어 논의키로 약속했지만 협상 테이블에는 민주당의 대안만 있었다"며 "SO 업무를 방통위에서 관장하더라도 미래부가 ICT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지만 새누리당은 빈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99%는 합의되고, 이제 1%만 남았다. 마지막 1% 합의를 이루기 위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했다"며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된다. 대통령과 여당도 잘 알고 있다. 협상과 결단을 회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與, "특별법 핵심 아냐..공정 방송 확보방안 제안해야"
 
 새누리당은 특별법의 내용에 SO를 방통위로 남겨야할 이유가 부족한 데다 정작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ICT 특별법은 SO를 방통위에 놓을 만한 이유가 될 수 없는 것만 제시해 놓았다"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박기춘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원안대로 처리하되 방송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며 "민주당이 공정 방송과 관련해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완책을 내놓으라는 요구했지만 엉뚱한 것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SO를 미래부로 이관하는 것을 전제로 방송 공정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국회에서 특위를 만들거나 대안을 만들어 검토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당장 방송 공정성 문제를 결정할 수가 없는 만큼 전문가에 의뢰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전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SO를 방통위에 남기는 등 유연한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당 지도부는 "소수 의견일 뿐"이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부조직법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안 전 교수는 이날 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제발 좀 빨리 협상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를 국민들은 원할 것"이라며 "양쪽에서 창의적인 해결 방법들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서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와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는 "(안 전 교수의 등장이) 민주당에 영향을 줄 것 같다"면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협상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부조직법에 자꾸 시비를 붙여서 정부 출범이 잘 안 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