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열리는 대한체육회장을 뽑는 정기 대의원총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전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례없는 국가대표 출신 경기인끼리 맞붙은 이번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장외 신경전으로 뜨겁다.

 대한체육회 산하 선수위원회는 지난 17일 밤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신임 위원장 선정과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백옥자, 장윤창 등 선수위원 10명은 지난 15일 새로 선출된 김영채(62) 선수위원장의 선임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김영채 신임 위원장은 선수위원회 활동이 전무하고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어 선거의 객관성을 떨어뜨린다"며 선수위원장의 선출 철회를 촉구했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선수위원장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대한체육회장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위원들이 입장을 급하게 발표해야 했던 이유다.

 선수위원장을 맡다가 이번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 후보와 '유도계 대부' 김정행(70· 용인대총장) 후보는 모두 선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이 후보의 철학이 비슷하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따라서 여느 때보다 치열한 득표 경쟁이 예상된다. 선수위원장의 한 표에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권은 체육회 산하 55개 정가맹단체장과 이건희(71)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문대성(37) IOC선수위원, 그리고 선수위원장(선수대표) 등 총 58명의 대의원이 갖고 있다.

 이 가운데 관리단체로 지정된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과 대의원총회를 열지 못한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뽑지 못한 대한택견연맹 등 3개 단체장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대의원총회에서는 52개 가맹단체장에 문대성 IOC선수위원, 선수위원장 이렇게 54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건희 IOC 위원은 불참이 확실시 되고 있다.

 투표는 정관에 따라 출석 대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번 신임 선수위원장의 선출 과정도 논란이 됐다.

 선수위에서는 선수위원회 규정 제7조 2항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는 회장이 지정한 순서에 따라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체육회는 "이에리사 전 위원장이 회장 선거를 이유로 자진 사퇴했으므로 7조 2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오히려 제6조 1항 "위원장은 회장이 추천한 자를 이사회에서 승인한다"는 조항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위원장은 55개의 단체장처럼 투표권을 갖지만 선수위원회라는 조직의 단체장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기에 공석일 경우 사표 처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단체장들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수영연맹은 대한유도회와 뜻을 같이 한다. 회장 선거에 뛰어든 김정행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2012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을 지냈던 이기흥(58) 수영연맹회장은 김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 당시 찬조 발언을 하며 공식적인 지지를 보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식으로 각 단체장들은 서로 얽히고 섥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수위원장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다. 엘리트 체육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해서 '선수대표'로 불린다.

 그러나 신임 선수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이마저도 정치논리에 오염됐다는 것이 선수위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박용성 회장의 측근인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의 보좌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대리인격으로 출마한 김정행 후보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10인의 선수위원 중 한 명인 장윤창(52) 경기대 교수는 "선수위원장은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자리다. 선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선수를 대표하는 위원장을 이사회 입맛대로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체육회는 "김영채 신임 선수위원장 역시 선수 출신이다. 더욱이 여성이다. 선수위에서 제기하는 의혹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선수위 측에서 먼저 체육회에 신임 위원장의 선출을 요구했다는 것을 근거로 선수위 입맛에 맞는 위원장을 앉히려는 것이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윤창 위원은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꾸준히 선수위원회 활동을 해온 사람들 중에 선발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선수위원회 활동을 한 적도 없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이번 선수위원장 문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