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채로 나이 서른만 넘겨도 노처녀, 노총각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장가도 안 가고 뭐 했느냐.” “얼마나 눈이 높으면 여태 시집도 못 갔느냐.”는 등 걱정인지 핀잔인지 모를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 얘기다. 그랬던 것이 확 바뀌어 요즘엔 노처녀, 노총각이란 말 자체가 아예 사라졌다. 남녀 구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을 ‘싱글’, 또는 ‘싱글족(族)’이라 부른다.

  요즘엔 결혼관이 크게 달라졌다. 결혼을 해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미혼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이나 이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녀가 결혼 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혼전동거)’는 견해(45.9%)도 절반에 가깝다. 특히 2030세대는 60%를 넘는다. 통계청에서 매년 실시하는 사회조사 결과에 나타난 2012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435만8642가구(25.3%)로 지난해까지 가장 많았던 2인 가구(25.2%)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1인 가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나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4.3%까지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부부만 사는 2인 가구(22.7%)나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다인(多人) 가구(20.3%)보다 1인 가구가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엔 혼자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마음에 맞는 짝을 못 만났거나 결혼할 형편이 안 돼 혼자 사는 사람도 있지만 독신을 고집하며 혼자 사는 사람도 있다. 결혼을 필수 아닌 선택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독신으로 사는 이는 배우자가 있는 이보다 수명이 10년 안팎까지 짧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루이빌 대학의 데이비드 로엘프스 교수 연구진은 최근 혼자 사는 사람과 결혼한 사람의 수명을 분석한 결과 혼자 사는 사람이 결혼한 사람에 비해 7~17년이나 일찍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60년 동안 진행됐던 90건의 연구에 참여했던 5억 명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연구진은 ‘혼자 사는 사람’의 범위에 이혼했거나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는 제외했다. 연구결과 독신 남성의 경우 결혼한 남성에 비해 사고나 질병으로 숨질 확률이 32% 더 높았다. 독신 여성의 경우도 일반 여성보다 사고사나 질병사 확률이 23% 높았다. 또한 독신 남성은 8~17년, 독신 여성은 7~15년가량 결혼한 사람들에 비해 수명이 짧았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연령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30대 독신은 같은 나이대의 기혼자보다 사망률이 128% 더 높았다. 70대 독신은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16% 높았다. 충격적이다. 

  독신자들은 기혼자보다 외롭고 고독하다. 건강도 스스로 챙겨야 하고 평소 식습관도 자의적으로 한다. 그리고 몸이 아플 때 병원에 쉽게 갈 수도 없다. 그러기에 자칫 건강을 망칠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보다.
   하지만 독신자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 관리 잘하면 혼자 살아도 잘 해먹고 잘 산다. 오히려 한 설문조사를 보면 독신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통계도 있다. 우선 자유롭고 자기 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시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니 마음이 편할 것이다. 물론, 능력 없이 혼자 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다소의 외로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달라진 결혼관은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개념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문제이자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결혼이 늦어지거나 하지 않으니 저출산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노인부양 부담은 커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이혼까지 쉽게 하고 있으니 결손가정 문제가 생긴다. 결혼의 1차적 목적은 종족 보존에 있다. 만약 모든 지구인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인류는 곧 멸망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신영규/전북수필 주간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