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품에 수입산 쌀을 사용하고 있는 주요 식품 업체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데 대해 식품 업계에서는 '외국산 쌀을 쓰는 데는 (가격 이슈 만이 아닌) 여러 이유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산 쌀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쌀 가격 문제로 많은 농가가 어려움에 처해있고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재 수입 쌀 사용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고 질의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식품 업계에서는 외국산 쌀 사용에는 단순히 가격 때문 만이 아닌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식품업체 관계자는 "제품 특성에 맞는 쌀을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미국산 쌀이 찰기가 덜해 밥알끼리 덜 들러붙고 소스가 잘 배기 때문에 소스와 같이 비벼 먹는 제품에는 미국산 쌀을 쓴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 쌀은 점성이 있어서 설비에 늘어 붙거나 하는 등 가공성이 떨어져 쌀국수 제조에 적합하지 않지만, 외국산 쌀은 점성이 덜해 다소 가공성이 좋다"고 했다.

제품의 특성 뿐 아니라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국내산 쌀이 다소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가공식품용 정부미 공급이 부족해 일부 업체에서는 제품을 단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는데 그렇다고 일반 소비자가 먹는 국내산 쌀을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높아 가공식품에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년 정부는 국산쌀 수급 조절 등을 위해 햅쌀 등을 수매해 쌀을 비축했다가 2~3년 지난 쌀을 정부미로 공급하는데, 실제로 국산 정부미 공급량은 2020년 11만t에서 지난해 7만t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국산 쌀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외국산쌀 대비 가격이 높기 때문에 국내산 쌀만 고집할 수도 없는 사정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쌀 가격은 외국산 쌀보다 3배 가량 높기 때문에 국산 쌀 사용만 고집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산 쌀 가격이 폭락했다고 하더라도 즉석밥 제조업체 등은 연간 계약을 통해 1년에 한 번 쌀을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산지 가격 변화가 생산비에 즉각 반영되지 않기도 한다.

한 즉석밥 업계 관계자는 "1년에 사용하는 쌀을 연말에 한 번 구매하고 있다"며 "현재 즉석밥 제조에 사용하는 쌀은 지난해 연말에 계약한 것으로, 국산 쌀값이 폭락했다고 해도 원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