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이 추진중인 인계농공단지 앞 오,폐수관 연결 사업이 시작부터 공기(도로점용허가기간)에 쫓겨 갈지자 행마를 보이고 있다.(3월 22일자 7면)

첫 삽부터 무리한 시공을 강행하고 있는 군이 발만 동동구를 처지에 빠진 틈을 타 시공사도 제멋대로다. R건설사의 공정률은 진척이 없는데다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안전대책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도로컷팅 공정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장주변의 위험을 알리는 안전시설물은 나뒹굴고 있고 지나치는 운전자들의 안전을 도모할 신호수조차도 배치되지 않는 등 밑도 끝도 없다. 담당 감독은 애가 탈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국도관리사무소와 순창경찰에서 통보받은 공사중지명령도 골칫거리다. 지난 13일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지적을 받은 것과는 별도로 이번엔 관할 경찰서에 신고없이 무단으로 시공한 사실까지 23일 취재과정에서 추가로 불거졌다.

순창경찰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같은 불법현장을 수시로 점검하고 적발해야 될 관할 경찰이 '모르쇠'로 일관해 그렇다. 그것도 관할경찰서로부터 엎드리면 코 닿을 가까운 거리에 현장을 두고 그냥 지나쳤다는 것. 허투루 순시하라고 순찰차량을 정부에서 지급한건 아닐진데 딱할 노릇이다.

게다가 남원국도유지에서 통보받은 공사중지명령 공문에 잉크도 체 마르기전에 또다시 관할경찰서로부터 공사중지 처분을 받는 등 벌써 두 번째다. 덕분에 감독기관이고 발주처인 순창군으로서는 창피스럽기 그지없을 오명까지 뒤집어 쓴 셈이다.

또 일일작업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현장상황을 전혀 파악하지도 못한 담당감독이 민원이 제기된 후 때늦게 지적하는 뒷북행정은 비단 새롭지도 않다. 여기에 군이 피감업체라 할 수 있는 R건설사를 눈감고 감싸안을수 밖에 없는 곤경에 처한 모양새가 안개속 진퇴양난(進退兩難)이고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어렵게 남원국도유지로부터 득한 도로점용 허가조건도 꽤나 까다롭다. 현장주변 도로 옆 백색 실선 안쪽인 본선을 침범해 공사를 진행하는것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허가청인 국도유지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전부터 같은곳 현장을 팟다 묻었다 반복되는 이상할법한 시공탓에 내린 판단으로 그럼직도 하다. 통신케이블과 상수도관에 이어 도시가스배관 그리고 오,폐수관 매설까지 유관기관 상호 협의가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오는 4월말께로 예정된 공사기일이 빠듯한데다 협소한 노견에서 공사를 진행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럴진데 시공이 원활히 추진될지 미지수고 까마득한 현장분위기는 침울하다.

그러나 이런 사유를 빌미로 주민 안전을 도외시한 불법을 알고도 눈감아 준다면 안될일이다. 만일 예기치 않은 사고가 뒤따른다면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튼 순창군이 관리감독 소홀로 우(愚)를 범해 그도 두 번씩이나 허가기관으로부터 하사받은 공사중지 선물(?)은 달갑지 않다. 군과 해당 건설사가 체결한 표준계약서와 청렴이행각서 등 성실시공을 약속한 계약은 형식적으로 하는게 아니다.

이쯤되면 상호간 신뢰가 결여된 사업을 신중히 재검토해 볼 시점이다.


이성규//동남권역 기동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