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씨벼)-못자리에 뿌려 기를 벼의 씨

 

볍씨를 뿌렸다. 그리고 한 달여, 파란 싹을 시작으로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다. 마치, 축구장의 잔디처럼, 알맞게 자라줬다. 이제는 저 넓은 논으로 갈 때만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에 두근두근 설렌다. 주인 부부가 새벽에 논둑에서 말한다. ‘야그덜은, 튼실허게, 잘 자라고 있구먼/ 기럼, 부족한 게 없잖아/ 작년에도 그랬다. 아무 재해 없이 잘 자라 주어 고맙고 반가웠다.

‘물이면 물, 바람이면, 바람, 햇살이면 햇살,/ 뭐, 하나 부족함이 없다. 동면하던 우렁이도 고개를 내민다. ‘우렁이도 있고, 여그가 지상낙원여,/ 비록, 짧지만 강렬한 삶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볍씨 가족이 존경스럽다.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자연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다. ‘꿈이 생겨 부럿어, 영원한 볍씨가 되고 싶다/는 마지막 행처럼, 이 믿음 그대로 기록되길 희망해본다. 

오늘도 마음 한 자락에 볍씨를 뿌린다. 

                                      

박여범 / 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