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출범한 ‘자치경찰제’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민맞춤형 치안서비스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치사무인지 국가사무인지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책 취지는 물론, 조직도 예산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형규 전북도자치경찰위원장은 24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자치경찰제도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7월 1일 주민참여 및 지역실정을 반영한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면 시행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행 자치경찰제에 법적·제도적인 한계가 있어 지역현장에서 주민맞춤형 자치경찰제 실현에 한계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태생에 문제가 있다 보니 조직도, 예산도 없이 사무범위에 대한 해석 논란만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찰법’ 제4조 제1항에 ‘자치경찰사무는 경찰의 임무 범위에서 관할 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수사 등에 관한 사무’라고 범위만 명시돼 있을 뿐 자치경찰의 목표, 개념, 기능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형규 위원장은 “이러한 자치경찰사무가 ‘지방자치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 자치사무인지, 국가사무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행정 절차상·운영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전북도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치경찰사무가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에 속하는지에 대해 법무법인과 법제처,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위원회, 경찰청 등에 질의했다.

두 곳의 ‘법무법인’에서는 “자치경찰사무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자치사무가 아니며, ‘경찰법 상의 국가사무로서 시·도지사에 위임된 기관위임사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원칙적으로 자치사무로서의 성격은 지니고 있으나, 자치사무로서의 일정한 제약을 가지고 있음”이라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24일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결과, ‘법제처’에서는 “국가사무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위임된 기관위임사무에 관한 사항은 조례 제정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이 사안은 조례의 상위법위반 여부를 다투는 것이 되므로 법령해석을 진행하기 곤란하다. 이점 양해바란다”고 반려했다.

이형규 위원장은 “법제처,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점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진정한 자치경찰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자치경찰 역할의 핵심은 주민이 참여하는 것인데 이를 실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일례로 자율방범대 등 치안협력단체가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하도록 예산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자치경찰제는 업무를 위한 조직이나 예산이 전혀 없고,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며 “지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형규 위원장은 “현행 자치경찰제는 ‘졸속’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 진정한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해 자치경찰제 취지와 기능을 법적으로 명확화하고 ‘자치경찰 교부세’ 신설 등을 통한 재정 확보 방안 등을 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