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하고 전문적인 절도단이 치밀한 수법까지 동원해 기름을 훔쳤지만 한 주민의 신고와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혔다.

덕진경찰서가 14일 송유관에 정교한 구멍을 뚫어 유류를 훔친 강모(49)씨 등 3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정모(45)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18일부터 29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장동 부근에서 송유관이 매설된 부분을 파낸 뒤 구멍을 뚫어 모두 5차례에 걸쳐 시가 2억원 상당의 10만5,000ℓ유류를 빼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 송유관은 영남라인 454km·호남라인 476km로 울산과 여수에서 공급되는 기름이 대전을 거쳐 성남 판교에 있는 한 정유소에 공급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범행전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하던 중 전주시 장동 부근을 발견했다. 발견한 송유관은 1.5m~2m 아래 깊이에 있는 땅속에 묻혀있었다. 

이어 범행전 호미와 삽을 이용해 송유관이 매설된 장소를 파내고 1월 18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드릴과 용접기 등의 장비로 송유관을 뚫어 밸브를 설치한 뒤, 지름 1인치가량의 고압호스를 연결할수 있는 작업을 마쳤다.

이렇게 송유관 연결 작업을 끝낸 뒤,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이나 밤시간에 16t탱크로리를 몰고와 미리 작업해놨던 송유관에 호스를 연결하고 설치한 유압측정기로 흐르는 기름의 압력을 체크해 세심하게 기름을 빼냈다.

송유관의 상황실에서 누유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정밀하게 기름을 뽑아냈던 이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이들은 사회에서 알게된 선·후배로 구성돼 총책과 기술책, 운반책, 알선책 등 역할을 분담했으며, 경찰의 단속망을 피하기위해 대포폰을 사용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또 훔친 기름을 운반책과 알선책을 통해 충북 진천의 한 주유소에 연결해 시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들은 1월29일 밤 9시 30분께 송유관 근처에 16t 탱크로리 유조차와 스파크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을 수상히 여긴 주민이 경찰에 신고해 검거됐다.

경찰관계자들은 "송유관을 뚫어서 기름을 조금씩 빼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적인 기술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며 "이들이 사용했던 장비의 입수 경로를 추적 중 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로부터 유류를 공급받은 주유소 업주는 "면세유인줄 알고 구입했다"고 경찰에 진술 한것으로 전해졌다.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