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군산 이성당 빵집이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사회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수의 재벌들과의 경쟁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지구촌 한 가족 글로벌 시대에서도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어 본보는 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전북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군산시 중앙로 1가에 위치한 한 빵집은 아침부터 줄을 서서 쟁반과 집게를 들고 무언가 나오길 기다리는 이들을 모습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열자마자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채 빵을 사로 왔다는 김모(35)씨는 “결혼 전에 이성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자주 데이트를 했다”며 “동네에 유명 대기업 P제과점이 있지만 아내는 이성당 빵에 매료 돼 다른 빵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기에 아내를 위해 아침 일찍 빵집에 왔다”고 말했다.
또 서울에서 왔다는 황모(36)씨는 “야채 빵이 너무 유명해서 가족들과 군산에 놀러와 아침 일찍 매장에 왔는데 소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그 명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전했다.
이처럼 말하는 사이 하얀 모자를 쓴 여직원이 테이블에 빵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서로 빵을 구매하기 위해 앞다투는 바람에 수백여개의 빵은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금방 동이 나 버렸다.
사정이 이 같아도 빵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빵이 나올 때까지 또 기다릴 태세다. 기다림에 지친 한숨과 더불어.
이는 이 빵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단팥빵과 야채 빵이 나오는 시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이 희한한 광경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 제빵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성당의 하루 영업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이다.
이성당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45년 광복과 동시에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집을 이석우씨가 인수해 이(李)씨 성(姓)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堂)이란 뜻으로 ‘이성당(李姓堂)’이라 불리게 됐다.
이후 이석우씨의 이종사촌인 조천형씨가 경영권을 넘겨받게 되고 조천형씨의 아내인 오남례씨가 운영하던 것을 2003년부터 현재까지 며느리 김현주(50)씨가 경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성당에 근무하는 직원 60여명을 꼼꼼히 챙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몇 개 정도의 빵이 판매될 것인지, 손님들 서비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원하는 빵을 못 사고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면 늘 미안한 마음이다. 반죽에서부터 구워진 빵을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것까지 보통 3~4시간 정도 소요가 되니 발효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일부 첨가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러면 지금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며 “멀리 객지에서 이성당 고유의 맛을 먹기 위해 발걸음 한 손님들을 생각하며 원칙을 지키는 게 이성당 만의 고집이자 철학”이라고 밝혔다.
한편 몇 년 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영향으로 쌀가루를 자연 발효해 만든 단팥빵 일명 ‘탁구빵’이 유행하면서 더욱 이성당의 주가는 올라갔다. 단팥빵을 먹기 위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와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승승장구 하던 이성당도 한때 위기의 암초에 직면한 적도 있다.
군산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전하고 상권이 영동에서 나운동과 수송동으로 옮겨지고 대기업들이 앞 다퉈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된 제과점들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동네 빵집들은 속속 가게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의 이성당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기본을 지키는 것,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정성껏 만드는 것과 더욱 맛있고 건강한 빵을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발길을 돌렸던 손님들이 다시 이성당 매장을 찾게 됐다.
현재 김 대표는 군산시 인재들 육성에 써 달라며 지난해 7월 군산시청에 1,000만원을 기탁 할 정도로 인재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이성당 연혁

1920년대 이즈모야제과점 현 이성당위치(군산시 중앙로 1가) 일본인 운영

1930~40년대 이즈모야제과점뿐만 아니라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해 군산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함

1940년대 해방후 1945년 이씨성을 가진 초대사업주한국인이 운영 이때부터 이씨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집 '이성당'으로 명칭 변경

1960년대 오남례(현 대표이사 시어머니)1962년 경영시작

1980년대 샌드위치, 모닝서비스 개시 매장확장 조성용(오남례 장남)경영시작

2000년대 현대식 스타일로 리모델링(스넥메뉴 오픈) 김현주(현 대표이사)2003년부터 운영 2006년 햇쌀마루 쌀가루이용한 쌀빵도입 2007년 식빵, 단과자, 카스테라, 페스츄리

/이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