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본요금이 2천 원에서 2천2백 원으로 오를 때의 일이다. 방송국에서 거리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일을 보고 한참 후에 돌아올 때까지 행인들을 잡고 인터뷰를 요청하고, 막 옆을 지나가려는데 “잠깐만!” 부탁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방송에 나가면 안 된다.”며 거절했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인터뷰의 질문은 “택시요금 인상(引上)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기자와 카메라맨은 인상(人相)이 달라지면서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바라던 내용을 말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옆으로 다가가 “이왕 낼 거면 잘 내달라.”고 하고 돌아서는데, 역시나 그들은 철수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후 잊어버렸는데, 몇 사람이 방송에 나왔다며 “출연료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뉴스 다시보기를 클릭했다.
  “관련 공무원은 택시요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나중에 할 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택시요금을 올려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지만 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는데도 불구하고 인상할 수밖에 없다. 그들도 올리고 싶지 않지만 택시회사나 운전자들에게 워낙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택시의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올리는 것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며칠 후 택시를 타고 요금 인상에 따른 변화를 물었다. 손님이 더욱 줄어들었고 사납금(社納金)도 인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에게는 오히려 더욱 힘들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공요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그 공공단체의 노조원들이 집회를 하고 거기에서 협상내용 중 하나는 임금 인상이었다. 임금 인상에 따른 단체와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공무를 하는 그들은 ‘결사투쟁’이라는 옷을 입고 근무한다. 그래서 협상시한을 정해놓고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물론 양측의 임금 인상안의 폭은 클수록 좋다. 왜냐하면 그래야 협상의 여지가 많으며, 노조의 두 자릿수 인상요구에 한 자릿수 타결이라면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단체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느 공공단체이고 그들의 자구책은 없다. 그들은 직원을 한 명이라고 퇴직시키면 조직이 붕괴되는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공적인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말 없는 국민들의 이름을 팔아가며 그들의 생계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일어나면 방송은 특보로 내보내고 몇 시간의 마라톤협상을 보도한다. 무슨 협상이 며칠씩 할 일이 있는가. 그렇게 해야 국민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해주고 또한 그들도 그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을 시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국민들의 혈세를 더 뜯어내려는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국회에서 예산안 처리는 항상 회기(會期)를 넘기고 또한 처리하는 과정도 어느 폭력시위보다 더 치열하고, 조(組)까지 평성해서 어느 군사작전보다 더 치밀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처리가 안 되면 임시회를 소집한다. 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데 본연의 월급 외에 수당을 타는 것이다. 어떻게든 처리하게 되어있으며 그들은 그것을 축제처럼 즐기는 것이다.
  요즈음은 어떤 시나리오도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과금이 자동이체를 했기 때문에 공공요금이 인상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민들의 경제가 말이 아니며 고통지수, 생계비, 가계 빚이 어쩌고저쩌고 어려운 경제사정을 한 없이 쏟아낸다. 그런 공포에 가까운 현실경제를 말하면서 인상된 공공요금은 어떤 예고도 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유봉관/시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