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노을 저편에 뭉게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 ‘철이’, ‘훈이’는 지금 어디서 얼마나 변했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추억 별들이 반짝반짝거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부모님 ‘약 심부름에 반의사가 되었고, 어머니 팔다리 주무르다 힘겨움에 졸던’ 그녀가 그리운 것은 비단 나훈아만이 아닐 것이다. 이 시대를 감당하며 견뎌낸 우리 모두의 ‘명자’다. 그래서 더욱 친숙하고 그리움이 쌓여가는 것은 아닐까?

어릴 적, 5일마다 열리는 시골 장날, 아버지 술주정이 무서웠다. 가사에 나오는 마디마디마다 어쩜 우리 아버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가사가 나를 눈물짓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했다. 다음 날 새벽, ‘술 깨시면 딴사람’ 되고, 지켜보던 어머니는 ‘아이고 내 새끼 달래시며’ 울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모두 세상 떠나시고’ 밤하늘에 별 되어 반짝반짝한다. 노래가 끝이 나고 진행자의 설명이 들려올 때,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노래를 부르시던 아버지 생각에 지는 해를 바라만 보았다.

나는 트롯 듣기를 좋아한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수준 이하라고 놀려대며 노래하기를 꺼렸다.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같은 노래가 입맛에 맞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도 나는 섬세한 감정처리와 간드러진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친숙해졌다. 

성인가요도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주현미나 장윤정처럼 간드러진 여자 가수의 성인가요를 즐겨 불렀다. 그러다가 덥석 물어버린 노래가 바로 나훈아의 <명자>다. 적지 않은 나이를 넘긴 나훈아의 열정과 체력, 최선을 다해 한 소절 한 소절 토해내는 노래는 나에게 많은 숙제를 남겨주었다.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 샀던 아버지……,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 샀던 아버지……’<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