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 보니, ‘손 편지’를 써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아내와 연애시절 보냈던 ‘손 편지’가 기억의 마지막이 아닌가 할 정도로 까마득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엽서’나 ‘손 편지’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다. 기억의 언저리에 생생한 것은 <연애편지>만을 모아 책으로 묶어서 판매되었던 기억이다.

쉽게 말하면, 글을 잘 쓰건, 그렇지 않건, 누구나 한 권은 가지고 있었던 책이다. 물론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대필’도 이제는 추억거리로 남았다. 그러나 세상이 변해도 바꾸지 않는 것은 이성에 대한 관심과 표현이다. 그 방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시대적 흐름이라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다.

익숙하지 않은 택배가 왔다. 택배는 책이다. 보낸 주소를 확인하니 출판사다. 책에 대한 용심이 많은 것이 항상 문제다. 다양한 출판사 신간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는 즐거움도 살아가는 재미 중 하나다. 이번 책의 주제는 김현문, <연애편지>, 하움출판사, 2020이다.

‘사랑이란, 의식을 일치시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에고(Ego)를 지우고 부단히 낮아져서 마침내 물처럼 되어 버렸을 때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이 가슴으로 들어올 때 우주적인 기쁨도 함께 밀려들어 오게 될 것이다. 놀랍고 위대한 사랑의 힘!……’ (김현문, 위의 책-들어가는 글-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에고(Ego)를 지우고 부단히 낮아져서 마침내 물처럼 되어 버렸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진실을 인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고(Ego)를 지우고 부단히 낮아져서 마침내 물처럼’ 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휴대폰으로 편지를 쓰고 있어, 창밖 날씨는 흐리고 흐림, 일기의 푯대 끝엔 회색이라고 매달음, 얼마나 더 걷고 정신의 무엇을 비워야, 길 뚜렷이 보일까. 창밖엔 눈발 날리네. 그대가 돌아와 있어도 날마다 보고 싶다고 기입.’(김현문, 위의 책, 55쪽.)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