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 이어>철없던 대학 신입생 시절 글쓰기 심사에서 만난

우체국 공무원과 자존심을 건 왁자지껄 거칠게 호흡하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일당을 벌었어야 했는데

후회는 벌써 저 멀리 바람처럼 세월에 녹아 먼지가 되고

안정된 나를 찾아준 반가운 스승과 제자의 만남

그렇게 오늘도 불 끼진 신호등만이 딸깍딸깍한다. 

                -박여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전문-

세상에는 빛과 향기를 드러내는 것과 저 스스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것이 빛과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있다. 바로 ‘물’과 ‘꽃’이 그렇다. ‘물’은 바위와 험한 계곡을 마다하지 않고 항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면서 생명을 위해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현실에서 만난 ‘물’과 같은 존재의 소중함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물’의 주체는 ‘내’가 아닌 ‘당신’이길 희망한다. 이유에 이유를 묻어서라도 묻어가는 인생으로 도움을 받으며 가려 한다. 

작은 일이라도 선한 것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라. 그렇지 않다면 두려워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주저함 없는 행동’인가? ‘두려워할 줄 아는 지혜인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말이다. <끝>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