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다’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라는 동사다. 원인이 코로나 19만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늘도 새벽 창문을 연다. 벽시계를 보니 5시다. 아직은 밖이 어둡다. 시원한 바람이 좋다. 조석(朝夕)으로 제법 쌀쌀하다. 그 많은 시간, 싸워야 했던 더위가 조금은 멀어진 듯 기분이 상쾌하다. 

아침 운동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스크’다. 코로나 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던 ‘마스크 쓰기’다. 마스크를 쓰고, 잠시 서서 멍을 때린다. 공간이 너무 조용해서 다시 잠이 올 것 같다. 이처럼 생각이 많아질 때, 멍 때리기는 자기관리의 출발점이다. 

참, 멍 때리기에 좋은 환경 도우미가 바로 마스크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던 마스크가 지금은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가 되었다. 오히려 마스크가 코, 입, 턱 주변에서 만져지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쯤 되면 멀리해서는 안 되는 마스크 중독(?)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멍 때리는 시간, 바로 이른 아침 길 위를 자유롭게 걷는 것이다.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알 수 없는 공간 속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멍 때리기는 최고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멍 때리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불편한 이웃이 있다. 물론, 답답해서 그럴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