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삶의 방식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난한 방식은 바로 모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세상 편한 방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일의 적고 많음, 지위의 높고 낮음 등 주어진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 

회의에 참석하거나 진행을 하다 보면, ‘정말 어쩜 저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무관심하고 묵묵히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지켜내는 대단한 분들이 있다. 엉덩이가 아파서 몸을 움직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정말로 끄떡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회의 중간 중간 고개를 흔들거리며 졸거나 잠을 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누가 회의를 좋아하겠는가? 집단사고를 통한 새로운 ‘꿈의 창출’ 허울 좋은 핑곗거리다. 

엉덩이조차 움직이기 싫다는 것, 그것은 바로 스트레스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문제다. 회의를 진행하거나 그 자리에 억지로 앉아서 졸고 있는 노동자 모두 스트레스는 무시할 수 없다. 나만 받는 것이 스트레스는 아니다. 내가 받으면 상대는 더 많이 쌓일 수도 있다. 이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개념 없이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본다. 

낯익은 풀벌레 소리는 

라임 되어 귀를 가득 채우고 채워 

자박자박 터벅터벅 휘돌아 감으면

백일홍 활짝 핀 이름 모를 산길에는

아롱아롱 물들여진 서늘한 발자국만 

쌓여가는 낙엽처럼 나이테를 만들고

후드득, 툭, 까칠한 밤송이만 웃어준다. 

           박여범, - 「낙엽처럼 나이테를 만들고」 전문-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