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 위로 오늘도 태양은 떠오른다. 모처럼, 부산한 도시를 떠나 한가한 팬션을 찾았다. 한 달 전 예약한 팬션이다. 모처럼 가족 여행을 준비했다. 들뜬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 300명을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고 ‘어디서나 바다가 보이는 멋진 휴식 공간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거리 두기는 기본이라는 자세로 출발을 결정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예약한 팬션이 섬의 가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운전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도 가도 좁고 가느다란 시골길이다. 산도 나오고 강도 있다. 지치고 짜증이 몰려올 무렵, 드디어 눈앞에 00 펜션이 눈에 들어왔다.

아들과 아내도 더위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한 답이 없는 상태다. ‘휴!’ 한숨을 몰아쉬며, 어찌어찌 도착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눈에 들어온 팬션은 많이 낡아 보였다. 방도 좁다. 투룸인 줄 알고 계약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원룸이다. 시설도 조금은 기대 이하였다. 전반적으로 실망이다. 다만,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가느다란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석양은 한 편의 드라마 되어

함께 한 어깨를 토닥이는 아들과 

엄마의 다정한 또 다른 드라마처럼

아스라이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넘실대는 조각배는 두등실 떠 가고

지지직 맛있는 소리에 알 수 없는 

풀벌레 콜라보는 바다가 

그리운 누군가에겐

고즈넉하게 넘실넘실 출렁대며 

야들야들 익어가는 바비큐 가득 

바다가 넘실댄다 

                            -박여범,   ‘야들야들 익어가는 바다에’ 전문-

이 아름다운 그림에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바로 ‘모기’가 엄청나게 우리에게 헌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벤치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벌레의 물림에 온몸이 벌겋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아내와 아이들은 괴성을 질러댔다. 늘 전원주택의 낭만을 그리던 도시 태생의 가족이다. 그러므로 만만하지 않은 어촌의 펜션에서 벌레와의 전쟁에 방으로 냅다 들어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바다동, 산책동은 모두 1개월 넘게 예약이 만원이었다.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 별장, 카페 등이 이 바다를 통해 실현되는 순간이다. 바비큐를 즐기는 저녁 식사, 숯불에 불을 댕기고, 고기를 올린다. 지글지글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와 서울에서 달려온 딸이 합류하니 모기는 안중에도 없다. 사장님이 준비한 낯익은 모기향만이 홀로 모기와 전쟁 중이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