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인삼 ‘이삭줍기’가 마무리된 것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동안 터득하신 기술로 인삼 농사를 시작하셨기 때문이다. 기대가 얼마나 컷 던지, 인삼밭을 하루에 한 번씩을 꼭 들러서 한참을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기대도 잠깐, 힘든 인삼 농사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풀 메기, 인삼 꽃과 열매 따기, 농약 치기, 습기 제거를 위한 고랑정리 등 한두 가지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 혼자 이 일을 다 할 수 없어 나와 형, 동생은 아침 5시부터 인삼밭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집에 와서 세수만 하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도시락만 챙겨 30분을 걸어 학교에 가곤 했던 그 지겨웠던 시절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한 번은 토요일 오후, 아버지가 인삼밭으로 우리 3형제를 부르셨다. 그런데 우리는 그날 프로야구 중계를 보느라 3시가 넘어 집에서 5분 거리의 인삼밭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이미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고, 우리는 지게 작대기의 위협 아닌 위협 속에 일을 해야 했다. 당근, TV도 1주일 접근금지였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정말 열심히 설아 내셨던 아버지가 보고 싶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인삼 농사에 주력하셨던 아버지, 지금은 치매로 자식도 몰라보시고 요양병원에서 눈만 깜박이시는 어머니, 울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인삼 죽과 인삼 도시락 반찬, 그리고 꿀과 함께 달콤하고 쌉싸름했던 옥천 청산면 판수리의 수삼이 그렇게도 지겨웠다. 

'니 오늘도 인삼 반찬이가? 내랑 바꿔 먹자 니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와 멸치볶음이다 아이가?' 하며 부러워하던 친구들의 도시락 인삼 반찬이 그립다. 가끔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인삼 반찬이야기가 화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