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학교의 작은 공간, 텃밭이다. 그곳을 터전 삼아 자라나는 ‘토마토’,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부추’, ‘고구마’를 만날 수 있다. 이 녀석들은 우리 아이들 크는 것보다 더 숨이 가쁘게 쑥쑥 자라난다. 봄날을 지배했던 수많은 직박구리 가족의 온갖 배설물을 마다하지도 않는다. 텃밭의 주인들은 의연하게 성장하고 있다.

생각 없이 바라다본다. 정말 작고 볼품없이 다가온 과일이나 채소에 조금의 ‘관심’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눈이 부시고 알차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색깔도 노랑, 빨강, 하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그 누구도 감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위풍당당함이 있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에 눈을 담아보자.

하루가 다르게 야물어지는 

직박구리의 재잘거림과 냄새나는 

배설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포시 쪽방에 내려온 고되고 

힘든 간이역에 서늘한 영혼을 

부여잡고 고운 미소를 기다린다       

-박여범 <성장> 전문-

오늘은 비가 내린다. 장맛비다. 유난히 더웠던 시간의 꺽임 속에서도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자랑스러운 카메라에 너무나 자연스레 모습을 취해 준다. 그리고 두 팔 벌려 찍박구리의 더러운 배설물도 가득가득 품어주는 텃밭이라는 공간을 바라본다. 그곳은 영원히 안고 가야 할 우리들의 열매를 향한 꽃이다.

많은 시간, ‘눈에 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성장도 눈에 담는 모든 것들과 함께할 것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한번 부딪혀 보자. 머뭇거리면 머뭇거릴수록 그 사람만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긍정’이다. 그래서 모든 것의 답은 ‘긍정’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다. 하룻밤 지나고 나면, 쑥쑥 자라는 것이 과일이고, 채소며, 우리 아이들이다. 누군가는 성장하고 누군가는 늙어갈 것이다. 이 당연한 자연의 질서를 부정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헛된 시간 낭비다. ‘눈에 담는’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만은 없다. 나름대로 필터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겁을 먹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다.

많은 생각이 머물고, 떠나고, 새로운 놈들이 다가오는 삶이다. 적당한 부대낌은 살아가야 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설령, 눈에 담는 대상이 다르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삶, 그 삶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저마다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서로 나눠 가지며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모르는 척, 그 ‘채움’을 수용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저마다의 꽃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진으로 담아내고 기억하고, 함께 누리는 ‘눈에 담기’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