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거기 청산이지유?”

“뭐라구요, 아, 여보시요, 판수리, 거시기 판수리인디유, 어딘가요?”

“엄니, 저예유, 전주, 전주예요!”

“응, 어디라고? 청주, 청주 용범이니?”

“어머님, 청주가 아니구, 전주요, 전주랍니다.”

‘어, 전주? 전주, 그렇지 울 여범이, 셋째?“

“네, 여범이, 아들 여범이 맞아요, 어머니, 이제야 제대로 여범이를 맞추셨네요, 건강하시죠? 어머니?”

“여기, 여범이, 전주, 전화 받아보세유”

“.....”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여는 곳이 있다. 바로 충북 옥천군 청산면 판수리 295번지 6반이다. 초등학교 문 앞에도 못 가봐서 ‘낫 놓고 기역 자도 못 쓰신다’던 부모님과 4남 3녀의 구수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그리운 곳이다.

전주에 사는 아들 여범이 80을 넘긴 청산 판수리의 어머니,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나누는 짧은 대화이다. 그런데, 아들과 어머니의 통화 내용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을 살짝 보여주고 있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화가 온전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중간 중간 대화가 끊긴 듯, 어설프고 난감한 부분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저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묘한 감정이 있다. 

궁금함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여는 곳이 바로 청산면 판수리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사랑, 후회, 보고 싶은 친구, 보청천이 교차하며 눈물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루, 상추, 달래며, 씀바귀며, 참외, 오이까지 이름 낮은 것들이, 내 마음 열지 않으면 네 마음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도 함께여서 서로 나누며 아껴주기 좋은 옥천 청산 판수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