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뭡니까? 나하고 상관없는 문자를 언제까지 제가 받아야 합니까? 아마도 100통은 더 받은 것 같습니다. 귀찮고 신경이 쓰여 짜증이 나려고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전화하지 않을 테니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

“네, 죄송합니다. 오늘은 주말이니, 월요일 직장에 가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전나무 진입로를 막 들어섰다. 순님의 전화벨이 힘차게 울어댄다. 주변을 살피며 그녀는 조용조용 통화를 시도한다.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그녀와는 달리 전화기로 들려오는 상대방 음성은 짜증 가득하다. 걱정이 앞섰지만, 모르는 척 넘어갔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제가 아까 답변 드렸는데요? 최근 코로나 19로 가정통신문이나 전달사항이 많아 문자나 SNS로 전달사항을 학부모님께 전달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주어서 그러니, 제가 학교에 가서 다시 주소록을 수정해 놓겠습니다.”

10분 정도, 파란 하늘과 신록이 어우러지는 숲길을 지나 대웅전 근처에 이르자 전화벨이 울렸다. 숲길 가득 00도 사투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다, 일방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던진다. 

“아니, 이 양반아, 방금도 문자가 왔다니까? 뭐야, 이거, 짜증나게?”

이제는 막말이다. 분명 통화의 시작은 ‘이 양반아’였다. 그래도 순님이는 침착하게 상대편에 과정을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협조를 전달했다. 이런 그녀와는 달리, 상대방의 의도는 꼬투리를 잡았다는 자신감으로 ‘갑’과 ‘을’의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