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도시락으로 점심은 해결하고, 시간을 내어 교정을 거닐어 본다. 아이들이 없는 이곳에 도시락이 등장한 것은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행복인지도 모른다. 그 행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준 것이 바로 동료 선생님들과 느긋하고,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거닐며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표면적인 ’여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항상 결론은 이 넓은 교정에 언제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찰 것인가? 하는 시리고 시린 물음표다. ‘오뉴월에도 남의 일은 손이 시리다’는 속담은 ‘남의 일은 힘들지 아니한 일도 하기 싫고 고되다’는 말이다. 

이처럼 ‘시리다’는 형용사로 첫째,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둘째,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 셋째, ‘빛이 강하여 바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어느 날, 무심결에 바라다본 ‘하늘’이 ‘눈에 시리다’고 느낀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바라볼 수 있는, 아니, 선택하지 않아도 낮이나 밤에 눈에 들어오는, 가장 친근한 것이 바로 ‘하늘’이다. 

그 ‘하늘’이 때로는 하얗고 파랗다 못해 시리기도, 장대비를 동반하는 먹구름 덩어리로, 떠도는 연기처럼 그저 그런 하늘로, 우리 눈에 담겨 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