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동백, 진달래, 산수유,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발한 4월의 어느 날 퇴근길, 지하 주차장에서 나와 간식거리를 사러 아파트 앞 가게로 ⇦총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누군가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자 환한 얼굴을 들이댄다. 

“사장님, 사장님, 우유 하나 챙겨 가세요. 우유 드시라는 것이 아녜요, 사람들은 많이 지나가지만, 관심이 없어 그냥 하나 드리는 것이니 가져가세요, 장에 좋은 것 드릴까요? 위에 좋을 것을 드릴까요? 네 사장님.”

‘아니, 뭐야?’. ‘내가 왜 사장이야? 사장도 흔하지? 모두 다 사장’이라네. 나는 손을 흔들어 분명하고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 그때, 주변 도로에서 영업 중이던 우유업계 동료가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멈칫했다. 

‘맙소사’ ‘녀석’이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녀석’, ‘녀석’이다. 사람들 앞에서 한 마디도 못 하던 그 ‘녀석’이 우유 고객 모집 영업을 하고 있다. 상황이 낯설었지만, 말단사원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제법 지위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듯하더니, 천천히 걸어오는 자세가 ‘녀석’도 당황한 눈치다. 

“아니, 이거 누구여? 어디서 많이 뵌 분인디? 지, 모르나요?”

“뉘신지요? 모르겠습니다. 길 비켜 주세요?”

“니, 정말 그렇게 나올래? 날 모른다고? ‘처니’다. 나 전설의 ‘처니’? 니, 진정 모르나?”

“모른다. 몰라, 모르는 것으로 하고 싶다. 자식아”

“......”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