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 버스보조금 부실 지급에 이어 무사안일 교통행정이 문제가 많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시민들이 낸 혈세와 예산으로 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전북도당은 4일 오전 11시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시영상기록장치 설치운영 실태조사 즉각 착수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북지역의 택시 전 차량(개인 5천630대, 법인 3천681대)에는 영상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가 전라북도와 시군으로부터 전체 사업비 가운데 80%인 약 1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장착되어 있다. 이는 교통법규 준수와 교통사고 예방 그리고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장착했다.
하지만, 택시에 장착된 영상기록장치는 당초 설치 목적과 달리 택시 내부에서 탑승한 승객들의 모습과 대화를 무단으로 무차별 녹음· 녹화하고 있어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된 중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 7월 각 시도에 공문을 통해 영상기록장치를 기설치 운영하고 있는 택시업체에 대해 설치목적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지도감독과 영상기록장치 설치에 따른 재정지원시에는 전방만 녹화가능한 제품을 지원해 불필요한 민원을 방지할 것을 지시했으며, 12월에는‘택시내부 CCTV설치(일명 블랙박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
가이드라인은 승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촬영범위를 최소화하고 목적 외 영상정보 이용을 금지하며, 안내문 부착과 녹음기능 사용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택시 내 CCTV의 설치목적을 교통사고 증거수집과 범죄예방으로 제한해 무분별한 설치를 방지하고, 촬영범위를 명시했다. 또한, 촬영된 영상정보는 운영자가 임의로 열람할 수 없도록 암호화 등 기술적 보호조치와 함께 교통사고나 범죄 발생 등 부득이한 경우에 경찰관 입회하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제한했으며, CCTV를 임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전북도는 이러한 행정안전부의 공문과 지침들은 그저 문서일뿐 교통행정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저 문서만 일선 시군에 하달할 뿐이었으며 이에 대한 민원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도에서는 예산만 지원했다.
게다가 세부적인 내용은 일선 시군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무성의한 대답만이 돌아왔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협조 공문을 통보했고 녹음기능에 관련해서는 추후 관련 공문을 재차 발송예정이라고 밝힐 뿐이었다.
이처럼 대책 마련 요구하는 민원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담당공무원의 무관심과 복지부동, 무사안일한 행태는 직무유기이며 인권침해의 공범인 것이다.
진보신당 전북도당이 확인한 결과 다른 지역의 영상기록장치는 택시 탑승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운전자 전방만 촬영이 가능하고, 실내 녹화· 녹음은 제한되는 기기를 사용하지만, 김제· 익산· 군산 등의 일부 택시들은 승객이 인지하지 못한 채 자동녹화 및 녹음이 되고 있는 등 보조금 지원을 하면서도 행안부의 지침 등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인권침해에 무방비 상태였다.
또한 전라북도는 택시영상기록장치 기본 사양서를 마련하고 기본 사양에 충족하는 제품으로 설치토록 했으나, 기본 사양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선정되어 설치되는 등 업체선정 과정에서도 마찰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얼 했는지 전라북도 및 시군의 교통행정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버스보조금 부실 지급에 이은 보조금 부실집행의 판박이 교통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신당 전북도당은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안전장치 없이 허술하게 택시영상기록장치 지원사업 시행하고 있는 전라북도와 지방자치단체를 규탄하며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택시영상기록장치 설치운영에 관한 실태조사와 철저한 관리 감독 그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박상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