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대박, 쌤, 울 엄마가요, 쌤, 미쳤나봐요? 아, 울 엄마가 시험 첫날 망쳤다고 했더니, 반응이 예전과 달라지신 거예요? 단단히 혼이 날 거라고 각오를 했거든요? 그런데, 울 엄마가 활짝 웃으시면서 ‘그럴 수도 있지? ’남은 과목 잘 보자. 큰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시험을 보거라‘ 하시지 뭐예요? 대박, 깜 놀랬어요? 그래서 편하게 나머지 과목은 잘 봐서 성적이 기대보다 잘 나왔어요, 쌤.”

“^^”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의 웃음 뒤에서 자식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님, 자식의 All 100점을 기대하시던 어머님, 그 어머님의 한 마디가 아이를 변화시키고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이다. 이 짧은 한 마디가 녀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의 수고와 노력이 라는 것을 녀석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이 헛된 것이 아님을 알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에 전화기를 붙들고 수다를 떨던 기억이 생생하다.  

녀석도 지금은 30대 중반의 나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이의 교육에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의 해결책을 그 시절 어머님의 한 마디를 떠올리면 정답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교육의 출발은 ‘밥상머리’가 아닐까? 한다. 학습의 시작은 ‘가정’이다. 그만큼 부모의 말 한 마디나 사소한 행동이 아이의 정서발달과 가치관 형성에 중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삶의 현실은 한 마디로 ‘전쟁터’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 되돌아보는 여유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다. 어디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이 ‘가정’, ‘모임’, ‘학교’, ‘지역사회’, ‘직장’뿐이겠는가? 우리 삶은 이미 ‘최선’보다는 ‘최고’를 양산해내려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풀지 못할 영원한 수수께끼가 될 수도 있다.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깨우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 시대의 어머님과 녀석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