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바라보다가 정작 보아야 할 숲은 지나쳐버리는 어리석은 삶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성과 미래에 대한 준비 없는 삶이 그 중심에 있다. 대다수는 스스로의 결정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었음을 합리화하기 바쁘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렇다고 웃으며 넘겨버리기엔 너무도 안타깝다.
누가 자신에 대한 충고를 젊잖게 받아들이겠는가? 문학에 나타난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가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낸다는 것이다. 마음 깊은 속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임에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두려워 고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로를 ‘모니터링’하고, ‘모니터링’ 당하는 험난한 이 시대에서 살아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은 자주 듣게 된다. “정말, 어쩜 저럴 수가 있지?“ "저 상황을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 거지?" "나 같으면 진작 사단을 내고 말았지?" 등 주변에는 대단한 '의지의 한국인'이 많다. 책이나 매스컴 또는 친구(親舊)―동무, 벗, 보통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지음(知音)―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중에서도 이렇게 ’의지의 한국인‘ 반열에 올라선 불특정한 다수를 만날 수 있다.
이들과의 만남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분위기가 익어간다. 그럼에도 마음 저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타오르는 ‘가여움’, ‘불쌍함’은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측은한 마음에 “어쩌다가 저 친구가, 지음이......” 같은 생각에 다음 모임 연락이 오면 잠시 주저하게 된다. 그럼에도 발길은 모임을 향한다. 나름 “그들과 똑같은 인간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소박한 마음 때문이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