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때 나의 꿈은 ‘여행가이드’였다. 이 꿈은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하는 작은 소망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 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해외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면, 언어와 문화를 세계화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교사 양성과정’도 수료하였고, 틈을 내서 영어에 도전하였다. 그러나 언어의 어려움에 많은 좌절의 시간도 흘러 보내기도 했다.  
1월의 어느 날,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무작정 떠났다. 준비도 하지 않았다. 미친 듯이, 무엇에 홀린 듯이 그렇게 ‘다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늦은 오후 23시 05분 항공기는 베트남 다낭을 향해 인천공항을 숨 가쁘게 이륙하여 컴컴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처럼, 아무 계획 없이 목적지가 정확하지 않아도 무작정 떠나는 여행의 묘한 매력이 있다.
저가항공 탐승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말로 듣던 것 보다 정말 공간이 좁고 불편했다. 4시간 10여분의 탐승시간을 생각하면 불편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특히, 화장실이 급해 다녀올 요량이면 옆 좌석의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 참고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김없이 찾아온 내장의 요동은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이륙 후 1시간여가 지나갔다. 비행기 안은 조용했다. 간간히 잠을 청하는 소리와 비행기 엔진 소음만이 유일한 친구였다. 옆 자리에 앉은 아내는 피곤한 지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정말 직장 중심의 삶을 살다보니, 동행하는 해외여행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함께’하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무더위가 설치던 지난여름, 준비했던 여행은 ‘연수’라는 비껴갈 수 없는 일정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2년 전 스페인, 포루투칼 여행 당시 느꼈던 ‘당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내 자신에게는 ‘휴식’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베트남의 ‘다낭’, ‘호이얀’, ‘후예’ 지역이었다.
‘WELCOME TO DANANG’ 공항을 거쳐 현지 가이드를 만나 호텔에 도착하였다.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호텔에 도착해서 26명의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권을 가이드가 모두 수합하여 보관하고,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숙지하였다. 9층 숙소에 도착하니 창밖으로 펼쳐진 다낭의 야경은 많은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끊임없는 개와 닭의 울음소리에 기상하고, 4층 식당으로 향했다. 부스스한 얼굴로 처음 접한 베트남 식사는 기름지지 않고 열대과일과 쌀국수가 중심인 뷔페였다. 나는 먼저 과일코너를 찾아 귤, 수박, 용과, 망고, 토마토 등 다양한 열대과일을 한 접시 담아 식사를 시작했다. 아내의 접시를 보니 흰죽과 빵, 약간의 상추 등으로 가볍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