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가깝지 않은 거리의 직장을 출퇴근하는 나에게 라디오는 뉴스와 시사, 광고, 노래와 같이 삶의 영양소를 보급해주는 정말 좋은 친구다. 출근길, M 본부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종배의 시선 집중’은 세계 각국의 사건 소식과 국내 정치, 결제 사회의 이슈를 한 걸음 더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퇴근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라시(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있다. 청취자의 사연은 진행자 문천식과 정선희의 구수한 입담으로 퇴근길을 웃음과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라디오의 변신 중 하나는 ‘유튜브’와의 만남이다. 이제는 ‘라디오+유튜브’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거의 모든 라디오 방송이 실시간 유튜브를 통해 ‘청취자+시청자’라는 문화가 공존한다. 이러한 문화의 창출이 가지는 장점으로는 실시간으로 진행자가 “청취+시청‘자의 댓글을 전달해주는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쉽게 생각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출, 퇴근 시간은 너무 아깝다. 시간은 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돌 노래, 힙합, 트로트, 국악, 팝송,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에 빠져보려 한다.

‘이렇게 또 하루의 일정 부분이 지나가 버렸구나, 오늘 나는 무엇을 했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상처를 주었을까? 나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기억될까? 정말 인생이란 것이 무엇일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은 것은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다.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려 지하주차장을 걸으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리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콧노래에 어깨를 들썩인다. 지나가던 이웃이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나는 놀라는 척하며 은근슬쩍 인사를 나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새로 나온 신곡과 음악 도표를 검색하고 내려받는다. 

‘잘난 척하는 약간의 SWAG가 필요한 시대다. 무조건 가지고 있는 재능의 가능성을 무시한 채 감추고만 있을 이유가 없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SWAG가 아니라, 공유하고 배려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장에서 선두에 서 보자. 잘난 척하는 약간의 허세와 여유 속에서도 성찰하는 자세를 잊지 말자.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