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더위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이다. 이 같은 예보는 한 달 전부터 있었다. 평년보다 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평년은 지난 1981년부터 2010년까지를 이름이다. 그러니까 올 여름은 지난 30년 동안의 날씨와 비교하여 평균을 웃도는 비와 더위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 같은 일기예보가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난달의 예보대로라면 지금 쯤 많은 비가 내려주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월초에 한반도가 장마에 접어들었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그 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일기예보는 제주도와 한반도 남쪽의 해안가 지방에만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이쪽 전라북도 지방과 중부 이북 지방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위만 해도 그렇다.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한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고 있기에 그늘이 반갑고 물가가 그립기는 하지만 예전에 겪었던 혹서를 생각하면 이 정도 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아직은 찜통더위라느니 가마솥더위라느니 불볕더위라느니 하는 표현을 쓸 만큼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올 여름은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더위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를 기상청이 또 내놓았다. 기분이 묘하다. 그러고 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있다. 이쪽에는 우산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는 비가 내리다가 그쳤지만 제주도와 해안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더위만 해도 그렇다. 며칠 전에는 전주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도를 기록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러니 저번의 일기예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성급한 판단이지 싶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온전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기예보를 애써 무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일기예보에 맞추어 미리 대비를 하는 것은 생활의 지혜이다. 설령 대비한 만큼 그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다. 현재 정부와 모든 광역지자체가 일기예보에 보통 이상의 신경을 써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한반도에는 4대강 살리기를 한답시고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구간들이 많은데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지난 봄비에 공사 현장 여기저기서 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유속이 빨라져서 그렇게 됐다는데 앞으로 더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보다 심각한 사태가 예상된다. 그리고 구제역 사태 때 수많은 돼지와 소들을 땅에 파묻었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많은 비가 내리고 급류가 지다보면 매몰지가 드러날 우려가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매몰 현장은 결코 청정한 땅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자칫했다가는 예기치 않은 병을 부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전라북도는 구제역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지난해와 올해만큼은 구제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청정지역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안심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조류독감과 관련해서는 자유롭지 못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다른 지역이 구제역 문제로 쩔쩔매고 있을 때 이쪽 전라북도 지역은 조류독감 때문에 골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가금류를 땅에 파묻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올 장마에 대비하여 매몰 현장의 상태를 미리 점검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더위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더위를 먹으면 힘들어할 게 분명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의 건강상태도 미리 살피고 그에 맞게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이 지혜이다. 일기예보는 두루 유비무환을 하라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논설위원: 이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