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북도민체육대회 때 하이라이트가 돼 왔던 각 시·군의 입장식 퍼포먼스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일부 시·군이 퍼포먼스 입장 시간에 비해 상당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면도 없지 않다며 이벤트를 생략할 것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48년을 맞은 전북도민체전은 도민들의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매년 개회식 때 시·군 입장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입장식 때 각 시·군은 자신의 지역 특산품과 관광지, 문화·예술, 비전 등을 표현하는 분장과 상징물 등을 동원,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체전의 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퍼포먼스는 3년여 전부터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시·군이 예산 낭비와 공력 허비 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도민체전 입장식 퍼포먼스에 소요되는 예산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00만원~2500만원 선.
시·군은 이 예산을 몇 분간의 입장식 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출전 선수들의 훈련비로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뜻을 밝히고 있다.
A자치단체 관계자는 "매년 체전 때마다 짧은 순간의 퍼포먼스를 위해 기획부터 준비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고, 예산도 적지 않게 소요된다"며 "이 같은 예산과 노력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더 좋은 대회를 치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군 주장의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매년 체전 때마다 예산에 대비해 퍼포먼스를 만족하게 꾸민 지역은 큰 문제가 없지만, 반대인 곳은 지자체장으로부터 결코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워 공무원들이 이벤트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또 퍼포먼스를 잘 한 곳도 매년 아이템을 새로 선보여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폐지에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시·군은 각종 이유를 들어 퍼포먼스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체전 주관 체육단체는 비용을 줄여서라도 이벤트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도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제 및 도민의 화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반드시 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볼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육단체 관계자는 "입장식 때 소요되는 비용이 문제라면 1000만원 미만 선에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퍼포먼스를 연출할 필요도 있다"며 "대형 탑차 등을 동원해 무리를 하기 보다는 내실과 특색을 겸비한 입장식이라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시·군의 주장처럼 입장식 비용을 선수단 훈련비로 사용할 경우, 경쟁과 순위보다는 화합에 초점을 맞춘 도민체전의 취지에 벗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아예 훈련비가 삭감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결과는 결국 스포츠와 도민체전의 위상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체육회는 퍼포먼스 유지 및 폐지 문제를 조만간 열릴 도민체전 평가회 때 깊이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