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계속>“컴컴한 이 밤에, 선생님, 뭐 하세요?
“하늘은 왜 올려다보시는 거예요? 무섭지 않으세요?”
“지가, 저 별 다 따다 드릴까요?”
쉬는 시간,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녀석들이 다가오며 던지는 질문이다. 다가온 아이들을 하나둘 잡아 함께 별들이 빛나는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녀석들도 수많은 별의 향연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다음으로 귀에 담을 풀벌레 소리 무대를 찾아 귀에 담았다. 교실에서 들었던 아련한 소리가 이 소리였구나? 하며 귀를 쫑긋 세우는 녀석들이 귀엽다.
아이의 옹알이처럼 재잘재잘 중얼중얼 다가오고 오케스트라 무대를 누비는 풀벌레의 날갯짓 향연
찌르르, 쓰르르르르르, 찌르쓰르르, 찌르메멤, 쏘아아아, 톡톡톡토오오옥, 짜르르르르여여여어어
뭉친 어깨 위 어우러진 별 무리 공연에 거대한 색종이 반짝반짝 은하수 무대 넘실대는 하늘정원
쫑긋 귀 세워 너와 나의 황홀한 소리, 하모니를 더해 악보 없는 음악회 고요한 하늘을 물들인다
-시인 박여범 ‘찌르르, 쓰르르’-
마지막 수업을 알리는 익숙한 벨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묻힌 자연의 소리는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악보도 없는 무대를 이어간다. 관객은 줄었지만, 나는 외롭지 않다. 귀로 듣고 마음에 담아 수업에 들어가 녀석들이 흥얼거릴 풀벌레들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꾸준함’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는 녀석들을 위한 ‘음악회’처럼 다가왔다.
이처럼, 소소한 우리의 일상에는 다양한 소리가 있다,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나 BTS 같은 세계적인 가수의 앨범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소리는 다양하다. 비단 정치개혁을 외치는 상반된 목소리만이 아닌 기계음도 넘쳐나는 시대다. 심지어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귀를 열어 들어야 하는 소리의 정체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소리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가 가질 수 있다. ’핏대‘를 높이며 자신의 이익만을 ’쟁취‘하기 위해 내는 소리, 조용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소리, 헤비메탈과 발라드 ’음악‘ 같이 그 목적에 따라 소리의 양상도 다르다. 어느 소리든 다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다양한 소리에 따르는 사회적인 책임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풀벌레의 연주’처럼,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소리 마당에 귀를 열어야 한다. 내가 먼저 귀를 열고 한발 앞서 손을 내밀어야 가능하다.
귀와 마음에 담아야 할 다양한 소리가 있다.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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