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하이얀 날개가 수줍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넋을 놓고 흐드러져 수놓은 파아란 하늘

                                                 -시인 박여범 ‘갈대, 구불길’-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갈대’였다. 풍성한 솜사탕이 뭉쳐 있는 입구에서부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쌀쌀한 가을 날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발 한발 걸음을 더할 때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외출하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났다. 집에 있었으면, ‘책을 읽든지?’, ‘TV를 보든지?’, ‘인터넷을 하든지?’ 아마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나름 만족도는 높다. 그렇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섦’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군산시는 ‘구불길’을 자연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살려 길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인간의 손을 거친 ‘구불길’은 ‘구불길’이 아니었다. 길을 걸으며 시각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모양만 구불구불했지, 평탄하고,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길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갈대숲을 지나 구불길이 깊어질수록 사람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관광객은 입구의 갈대숲과 펼쳐진 호수를 바라보며, 사진 몇 장을 저장하고 떠나기 일쑤였다. 

초행길이고 ‘길’이 익숙하지 않아, 청암산 ‘구불길’의 정상을 앞두고 반대편을 선택했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니, 산길이 아닌 한적한 마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무게를 못 이겨 고개를 푹 숙인 대봉시, 허름한 옛집을 눈에 담다 보니, 고향 언저리의 추억이 그리워 하늘도 보았다. 그렇게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 처음 출발한 주차장에 도착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가을을 만끽한 오후의 발걸음에서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자주 시간을 만들어 자연과 함께하자’라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행복 그 자체였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한 걸음만 옮기면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 그곳이 어디여도 좋다. 주저하지 말고 달려가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심리가 그곳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망설이지 말자. 주저주저하기에는 너무나 빠른 것이 시간이다. 함께할 파트너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누구를 위한 행복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자.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 펼쳐진 세상을 향해, 한 걸음만 옮겨보자.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