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명사로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물 위나 공중에서 일정하게 다니는 곳’, ‘걷거나 탈것을 타고 어느 곳으로 가는 노정(路程)’을 말한다. ‘길’이라는 단어에 다른 말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다시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 말이 ‘올레길’, ‘바우길‘, 둘레길’ 등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며, ‘올레길’은 일반적으로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뜻한다. ‘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으로, ‘바우길’은 ‘산길과 비포장으로 된 길’을 뜻한다. ‘둘레길’은 ‘산을 둘러싸는 둘레를 도는 길’, 또는 ‘도시의 굴레를 도는 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산 둘레길’이 걷고 싶은 길의 하나다.

이처럼, 한 걸음만 옮기면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 마음이 가는 곳을 가려면 많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가까운 우리 지역에서도 많은 ‘길’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군산 청암산 ‘구불길’이 마음이 가는 ‘길’이다. 집에만 머물기에는 너무나 청명하고 따사로운 햇살에 발길이 다다른 곳, 그곳이 바로 청암산 ‘구불길’이다. 출발에 앞서,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었다. 군산시가 소개하는 ‘구불길’의 여러 코스 중에서 이리저리 구불어지고 수풀이 우거진 청암산 ‘구불길’에 이유 없이 끌렸다. 

대충 냉장고의 고구마를 손에 들고, 무작정 출발했다. ‘군산’하면 일제강점기의 문화유산이나 영화촬영, 은파유원지, 나포 철새도래지, 맛집 등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선유도, 장자도 등 섬이 육지와 연결되어 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반나절권의 이웃집 같은 장소가 되었다. 군산대학교에서 조교와 강사 경험이 있는 필자는 나름 잘 알고 있는 지역이 군산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청암산 ‘구불길’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음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예상외로 대형관광 차량이 즐비하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기대치가 높지 않은 방문이어서 셀카봉도 챙기지 못했다. 눈이 부신 햇살과 시원한 호수는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나에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입구에는 지역 할머니의 따스한 미소와 함께 ‘도토리묵’, ‘으름’, ‘사과’, ‘배’, ‘대봉시’ 등 청암산 인근 농민의 땀으로 결실을 본 농산물이 아련한 추억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하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