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의 구속수사라는 것은, 첫째로는 다양한 사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여 수사할 필요가 있을 경우 행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첫번째 기능만이 존재한다면 매우 훌륭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구속수사는 일종의 징벌적 기능도 수행한다. 사실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형벌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슨 일만 발생하면 여기저기서 구속하라는 이야기들이 빗발치게 마련이다.

때문에, 구속은 늘 그 사유와 필요성 등의 요건을 면밀히 갖추어 시행되지 않으면 그저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휘둘러지는 ‘괘씸죄’ 의 처벌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구속은 늘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여 피의자가 구속으로 겪을 어려움과 국가가 피의자를 구속하여야만 하는 적극적 필요성을 비교형량 하도록 되어 있다. 법 감정 또는 정치적 감정으로는 특정 누군가가 천하의 죽일 놈일 수 있지만 제도는 그리 운용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범죄 혐의의 상당한 소명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근거로 발부된 정경심 교수의 구속영장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적절성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현재 1심이 진행중인 표창장 사건에 대해 공판기일 당일까지 증거목록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그렇다면 별건으로 구속을 추진한 사모펀드 등의 건에 대해 검찰이 충분한 소명자료를 확보했다고 그저 믿어 주어야 하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하편에 계속>

곽보경 / 칼럼니스트 겸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