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살랑살랑 달콤한 봄바람이 콧등을 때리던 피 튀기는 5교시 수학 시간 밑줄 긋기

아련한 고향의 기억 꿈동산 아래 개똥이가 살던 뭉게구름처럼 자신감 분산되고

’밑변X높이÷2=‘ 지겨운 공식 무덤에 저만치 아른거리는 스승님의 존함 석 자가 번쩍

밑줄+밑줄=밑줄, 밑줄 긋기에도 찾을 수 없는 족보 쪽지가 고통의 변기를 가득 채운다.

                                              -박여범 시인 ’밑변X높이÷2=‘-

’기억할 수 없을까 봐‘ 적고, 촬영하고, 다시 그것을 복사하고 온갖 방법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것은 세월은 이길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다. ‘기억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앞서기보다는 ’자신감’을 충전하는 것이 먼저다. 왜냐하면, 믿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메모를 하고, 스마트폰에 영상이나 음성녹음을 하더라도 그것을 찾아내고 활용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다. 아무리 기록이 많다 한들, 다 쓸모없는 헛된 일이 되기 쉽다.

’믿음‘, ’자신감‘, ’최선‘, ’여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만이 나이나 사회적 경력, 남녀의 구별 없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인드다. ’나‘를, ’가족‘을’ 구성원‘을 ’사람과 사람‘을 믿는다면 기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전개될 것이다. 

공강 시간, 급한 공문처리도 없고, 한가한 시간에 책과 만난다. 자주 책을 읽으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직장이라는 것이 나만 한가하다고 책을 꺼내 읽기에는 부담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펼친 곳에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분명 내가 그은 부분이다.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읽어 보았으나 공감이 되지 않는다. 왜? 내가 밑줄을 그은 거지? 라는 의문이 앞선다. 그러면서 계속 뒤 문장을 읽어 내려간다. 번역 투의 문장에 짜증이 밀려오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끌림에 나의 손에 들려진 연필은 밑줄은 긋는다. 왜, ’기억할 수 없을까 봐‘.

박여범 / 용북중학교 교사·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