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학벌을 따지는 나라도 없지 싶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선진국의 면면을 들여다보다가 갖게 된 생각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마 일본도 한국과 비슷할 것이다. 아무튼 한국은 학벌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면에서 알아줘야 할 나라이다. 인도에 카스트 제도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학벌이 신분을 결정한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대학을 안 나오면 행세를 할 수가 없게 돼 있다. 시시한 일자리마저도 대졸자에게만 응시 자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수 년 전 학력 위조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신정아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져서 유명 인사들 중에 상당수가 학력을 위조한 것이 줄줄이 드러났다. 고졸 학력임에도 대학중퇴라는 명목을 몸값에 보태려했던 이들이 그들이다. 연예인 중에 그런 이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떠들썩했는지 쓴웃음이 나온다. 연예인에게도 학력이 필요하겠지만 꼭 그렇게 허세를 부려야만 했는지 그 자존심의 내용이 궁금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대학교수 사회 말이다. 학위를 날조한 이들이 더러 섞여 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유명 대학을 나온 것처럼 졸업증명서를 위조한 것인데 정말 가관이었다. 외국의 무슨 무슨 대학을 나와야만 교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인지 국내의 일류 대학 간판들이 하찮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에게는 미안한 소리가 되겠지만 요즘 흔전만전한 게 박사이다. 상대방을 높여서 불러주는 호칭에 박사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각 대학교에서 해마다 수많은 박사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희소가치가 없어서 그렇겠지만 오늘날 박사는 존경이 대상이 못되고 있다.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세월만 죽이다가 자괴감에 빠져 실제로 자기 자신을 죽인 박사가 뉴스 상에 밀물처럼 이름을 올렸다가 썰물처럼 사라진 일도 있다. 
박사가 대우를 못 받는 한국사회에서 명예박사 학위가 남발되고 있다. 이 희한한 현상에다 비극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어야 할지, 희극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 수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내의 몇몇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공감대가 없는 행사는 자제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