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이 없어 다 돕지 못해 마음이 아플 순 있지만 ‘그럴 돈 있으면 우리 아이들이나 줘라’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건 측은지심을 빙자한 이기심이다.

더 이상 이기심을 측은지심인 양 포장해 자신을 속이지 않길 바란다. 게다가 실제 세금을 어디다 날린지도 모르는 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만 없었어도 수없는 아이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고도 남았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비판은 그런 것에 해야 한다.

굳이 계산기를 두들겨야 마음이 편한 이들을 위해 한마디 보태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결국 우리에게 천만배 더 가치있는 평화로 돌아온다. 이보다 아름다운 거래가 또 어딨는가.

생각이 다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라고 받아들이려고 해도 참 마음이 불편하다. 마치 800만 달러를 북한 정권에 갖다 주는 것처럼들 반응하기 때문이다. 

좀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이 인도적 지원은 북한에 직접 주는 돈이 아니다.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다. 

이 돈 중 450만 달러는 국제식량계획(WFP)가 북한 영양지원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탁아소, 소아병동, 고아원 등에 사용된다. 

남은 350만 달러는 유니세프가 북한 모자보건 사업에 쓸 예정이다. 주로 아동, 임산부, 수유부 등을 대상으로 기초 필수 의약품 및 치료식을 제공하는데 쓰인다.

북한 관료들은 전례 없는 현장 접근권을 줄만큼 식량과 의료상황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념에 따라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욕하는 것도 좋다. 필자도 그들을 북한 권력의 실체로 인정하고 대화의 상대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인도적 지원은 이는 어려운 자들을 돕는 일이다. 그것이 이념이 따로 달라질 수 있는가. 

우수리스크에서 우리 선배들의 유적지를 돌아보게 되면서 일제에 저항했던 항일민족운동의 정신은 오간데 없고 이념이 다르면 적대적으로 내부의 총부리를 겨눈 볼성싸나운 모습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한반도를 벗어난 세상밖의 우리민족은 이념적 갈등보다 동포애적 개념으로 우수리스크의 고려인들 처럼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데...

좌우 이념에 함몰된 고루한 흑백논리의 이데올로기로 부터 벗어나 측은지심의 동포애로 굶주리고 헐벗은 북한을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지원으로 통일의 틀을 만듬과 동시에 우리가 경계하고 투쟁해야 할 상대는 경제와 문화의 주권을 잠식하려는 한반도 주변 열강들이 아닐까 싶은데 이념이 참으로 무섭긴 하다.

곽보경 / 여행작가 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