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65) 총재가 재직 전 비리 혐의로 구속돼 야구계가 시끄러워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3일 유영구 KBO 총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유 총재는 명지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100억여원의 명지학원 자금을 횡령하고, 명지건설의 빚 1500억원에 대해 개인 지급보증을 선 뒤 교비로 이를 갚은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총재 재직 중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유 총재의 구속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KBO는 2009년 초 정치권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친 야구계 인사인 유영구 당시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총재 후보로 추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유 총재를 압박해 후보직에서 사퇴하기도 했지만 KBO는 유 총재를 재추대해 그해 2월 정부의 승인을 얻어냈다. 그러나 유 총재가 이번에 구속되면서 KBO의 자율 총재 체제에 흠이 가고 말았다.

 KBO는 유 총재의 구속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단 KBO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각 구단 사장들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장들의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라며 "구단들과 접촉해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KBO 야구규약 제14조 '총재의 궐위시 조치'에 따르면 총재가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되거나 질병, 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선 절차가 지연되면 이사회는 총재의 직무를 대행할 직무대행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KBO로서는 이사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라면서도 "총재님께서 구속이 되신 만큼 장기간 직무 수행이 힘든 상황이다. 이사회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총재의 구속으로 KBO 총재 자리가 공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 사무총장은 "최대한 빨리 이사회를 열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대 KBO 총재 가운데 임기 중 구속된 사람은 5대 총재인 이상훈씨와 11대 총재인 정대철씨다. 1998년 정대철 총재는 재직 전 비리 탓에 구속된 바 있다.

 당시 5월 취임한 정대철 총재는 총재 재직 전 비리 혐의로 9월초 구속돼 약 3개월만에 총재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KBO 이사회는 9월 중순 박용오 두산그룹회장을 총재 직무대행으로 선출했고, 12월 정식 총재로 선출했다.

 2009년 2월24일 제17대 총재 임기를 시작한 유 총재는 전임 신상우 총재의 잔여 임기를 채운 뒤 그해 4월1일부터 3년 임기의 제18대 총재직을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