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65) 총재가 사퇴했다.

 KBO는 유 총재가 지난 2일 KBO에 들러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영장 실질 실사 하루 전에 사임을 표명한 것.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유영구 총재께서 본인으로 인해서 야구에 누가 될까 걱정된다며 사의를 표명하셨다"고 밝혔다.

 2009년 2월24일 제17대 총재 임기를 시작한 유 총재는 전임 신상우 총재의 잔여 임기를 채운 뒤 그해 4월1일부터 3년 임기의 제18대 총재직을 수행해왔다.

 KBO 야구규약 제14조 '총재의 궐위시 조치'에 따르면 총재가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되거나 질병, 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선 절차가 지연되면 이사회는 총재의 직무를 대행할 직무 대행자를 선출할 수 있다.

 이 사무총장은 "오늘 오전 11시 이후에 사장단과 모두 통화를 했다. 유 총재께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지금 바로 총재 선임을 논의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씀들을 하셨다. 당장에 총재가 안계신다고 프로야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17일에 신규구단 선수수급 방안 때문에 이사회가 예정돼 있었다. 새 총재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그전에 사장단과 만나기 위해 시간을 조율하고 있는데 여의치가 않다. 총재 논의를 17일 날 같이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유 총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총재직에 올랐다.

 2008년 12월 신상우 총재가 사의를 표명하자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은 당시 명지학원 이사장인 유 총재를 차기 총재로 낙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다른 인사를 바란 문화부가 총재 선임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유 총재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는 바람에 총재직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유 총재는 KBO 이사회에서 재추대됐다. KBO 이사회는 낙하산 인사를 거부했다. 유 총재는 박용오 총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민선' 총재로 추대됐다.

 유 총재는 취임 후 프로야구 부흥을 이끌었고, 약속했던 제9구단 창단 문제를 해결했다. 또 광주와 대구의 낙후된 경기장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등 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유 총재는 뒤늦게 불거져 나온 개인 비리혐의로 인해 중도낙마하게 됐다.

 유 총재는 명지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100억여원의 명지학원 자금을 횡령하고, 명지건설의 빚 1500억원에 대해 개인 지급보증을 선 뒤 교비로 이를 갚는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3일 구속됐다.

 역대 총재 가운데 현직에서 구속돼 자리를 물러난 경우는 1993년 제5대 이상훈 총재, 1998년 제11대 정대철 총재 등 두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