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참 좋은 계절이다. 춥지도 더웁지도 않은 완연한 봄날이어서 활동하기 좋은 데다 처처에 만화방초가 우거지면서 날로 푸르름이 더해가는 호시절이다 보니 연례지만 행사 또한 많다. 노동절부터 시작해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석가탄신일, 스승의날, 성년의 날, 심지어 부부의 날이 모두 5월에 포함돼 있다. 그런가 하면, 친지들의 결혼식이나 회갑연 등 각종 행사 또한 유난히 많다. 게다가 지역축제도 5월에 몰려있다.
아무튼 5월은 좋은 날씨와 더불어 즐겁고 모처럼 사람사는 맛을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경제난 속에 고군분투하는 서민 가장들에겐 오히려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 모든 기념일과 행사를 결국 돈으로 치러내야 할 서민 가장들은 말 그대로 허리가 휜다.
돈 없이는 가장 노릇도, 부모 노릇도, 대인관계도 제대로 지속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서민 가장 입장에서 5월은 괴로움만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남들 흉내라도 내자니 또 빚을 지게 될 데 뻔하고, 두 눈 딱 감고 그냥 지나치자니 사람 노릇 못하는 것 같아 전전긍긍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부모나 자식들의 가슴에 멍을 안겨줄 것 같아 한숨과 탄식소리만 커가는 게 또한 5월이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되는 경제난 속에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빈부격차의 심화로 20:80 사회도 모자라 10:90 사회로 가파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그 10에 해당하는 자들의 졸부적 과소비 행태가 본받아야 할 하나의 전형(典型)처럼 비쳐지는 세태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자신의 무능으로 가슴앓이하면서 주눅들대로 주눅든 그들이다.
아무튼 이대론 안된다. 얼핏 보기에 더없이 화창해서 모두가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5월. 그러나 그 속에 서려있는 아주 힘든 서민 가장들의 한숨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서민들은 이 5월이 괴롭다. 아니 두렵다. 뭔가 개선점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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