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복고 방송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KBS 2TV는 ‘복고 원조’ 격인 가요 프로그램 ‘콘서트 7080’을 2005년부터 지금까지 방송해 오고 있는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복고풍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스타2’를 선보였다. ‘콘서트 7080’은 7080세대의 사랑을 받은 그룹 ‘송골매’의 리더 배철수(58), ‘개그스타2’는 왕년의 인기 개그맨 이봉원(48)이 진행한다.

MBC TV는 7080 스타들을 토크쇼 게스트로 내세워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토크쇼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는 추석 특집으로 ‘세시봉 친구들’을 내보냈다. 조영남(66), 송창식(64), 윤형주(64), 김세환(63) 등이 출연해 왕성한 활동을 하던 1970년대 이야기와 함께 히트곡들을 들려준 이 프로그램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MBC는 복고 열풍을 주도하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도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MBC TV는 올해 2월 설날에도 이들을 다시 ‘놀러와’로 불러 역시 대박을 기록했다. ‘놀러와’와 함께 토크쇼인 ‘황금어장’ 역시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 등 코너에 이장희(64), 윤복희(65), 김완선(42) 등 7080 스타들을 계속 출연시키고 있으며, 7080세대 스타들을 중심으로 하는 토크쇼 ‘추억이 빛나는 밤에’까지 만들어 시청률 잡기에 나섰다. 최근 선보인 ‘나는 가수다’의 경우 70년대까지는 아니지만 80~90년대의 가요를 중심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복고의 한 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SBS는 4월 초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았던 러브FM을 7080 채널로 컨셉트 변경하면서 복고 열풍에 가세했다. 가수 구창모(57), 변진섭(45), 개그맨 이성미(52) 장두석(54), DJ 김기덕(63) 등 왕년의 스타들을 대거 DJ로 기용했고, 40대 이상이 좋아하는 가요나 팝송으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있다.

이처럼 현재 방송가의 복고 분위기는 ‘노래’와 ‘가수’가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한동안 방송가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현란한 댄스와 비트 강한 컴퓨터 음악의 반작용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즉 아이돌 그룹 중심의 가요계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대중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타를 치며 진솔하고 구성지게 노래하는 70년대의 포크나 시적인 노랫말에 감미로운 선율을 지닌 80~90년대 발라드를 마침내 접한 덕이다.
이를 통해 기성세대는 이들 가수와 그들이 부른 노래를 통해 잊고 지낸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흐뭇해했고, 젊은 세대는 지난 세대가 열광했던 음악을 새로운 음악의 발견처럼 느끼며 경탄했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가 거의 밤 11시대 이후이다 보니 주공략층인 40, 50대 직장인들의 경우 방송 시청이 원활하지 못하다. 또 기호가 급변하는 젊은 세대들이 언제까지 70~80년대 가수와 음악에 애정을 보일는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추억이 빛나는 밤에’나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콘서트 7080’의 경우 6~7%대의 낮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