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피겨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예술성은 단연 최고였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아레나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28.59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65.91점)과 합해 총 194.50점을 얻어 준우승에 그쳤다.

 '교과서 점프'를 뛴다는 김연아지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점프에서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다가 크게 흔들렸다.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를 뛰고 착지하다가 흔들려 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아예 뛰지 못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며 가산점 1.60점을 챙겼으나 이어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점프와 트리플 플립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더블 토루프를 1회전으로만 처리했고, 그 여파로 트리플 플립도 싱글로 끝냈다.

 그러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에도 불구하고 1위에 올랐다. 풍부한 표현력으로 인한 예술성의 덕이 컸다.

 지난 시즌 '본드걸'로 변신해 도발적인 매력을 한껏 과시했던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지젤'을 은반 위로 불러 들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해 고통스러워하는 '지젤'의 아픈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냈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김연아의 표정에서는 애절함이 잔뜩 묻어났다. 초반 점프 실수를 저지르고도 김연아의 몸짓에서 묻어나오는 애절함은 흔들림이 없었다.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연결시키는 순발력을 발휘한 김연아는 플라잉 싯스핀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며 관중들을 다시 자신의 연기로 끌어들였다.

 더블 악셀과 레이백 스핀으로 애절한 아픔을 표현한 쇼트프로그램 연기의 '백미'는 자신이 하이라이트로 뽑은 직선 스텝이었다.

 김연아는 빠른 선율에 맞춰 강렬한 직선 스텝을 선보였다. 김연아의 애절한 표정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지젤이 실연의 아픔으로 슬퍼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 완벽하게 표현됐다.

 쇼트프로그램 기술점수(TES) 32.97점을 받은 김연아는 기술점수에서는 쇼트프로그램 2위를 한 안도 미키(24·일본)에게 밀렸다. 안도 미키는 기술점수 34.20점을 땄다. 그러나 예술점수(PCS)에서 참가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32.94점을 받아내 예술점수 31.38점을 받은 안도를 제쳤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극심한 점프 난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은 잘 살렸다. 구성요소간의 연결도 매끄러웠다.

 초반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플립에서 실수를 범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에서 최고난도인 레벨4로 연기하며 다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로 고조된 분위기를 이어간 김연아는 플라잉 싯스핀과 파워풀한 직선 스텝으로 템포가 빨라진 음악을 한껏 살려냈다.

 이어 김연아는 다시 시작된 아리랑 선율에 맞춰 우아한 스파이럴 시퀀스를 펼쳤다. 김연아는 스파이럴 시퀀스를 펼치며 한국 무용 특유의 손짓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연아는 트리플 살코, 더블 악셀을 성공적으로 뛴 뒤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에서 61.72점을 받았다. 65.75점을 받은 안도에 크게 밀렸다. 기술점수만 따지면 4위에 그친 알레나 레오노바(21·러시아)에도 뒤처졌다.

 하지만 예술점수는 66.87점으로 전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기술점수에서 난 안도와의 점수차도 예술점수에서 좁혔다. 안도의 예술점수는 64.46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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