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일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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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학력자 백수, 300만명 육박’이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뉴스거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그냥 할 일없이 소일하거나 가사, 나이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하루의 ‘꺼리’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인력시장’이다.
인력시장의 하루는 어둠이 걷히기 전의 차가운 새벽공기를 맞으며 시작된다. 새벽 4시30분도 되지 않은 시간, 사람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하나, 둘 인력시장으로 모여든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금세 60~7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제도 일을 나가지 못했다는 한 노인. 그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한다. 부인에게 인력시장에 간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구두를 신고 온채 말이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덜 가신 듯 노인의 볼과 입술은 파랗게 물들어 있다.
절박함을 가지고 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자가 말을 붙이기는 쉽지 않았다. 남들과 멀찍이 떨어져 유난히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여학생이 이런 곳에는 어떻게 왔어?”라고 툭 던지듯 말을 건넸다.
신문사 기자라고 하자 “며칠째 일거리가 별로 없어 신경이 예민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는 이런 당신의 모습조차 끼니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야”라며 자리를 옮겼다.
새벽 5시가 가까워 오자 늘상 그랬던 것처럼 인력시장으로 승합차들이 들어온다. 한 건장한 사내가 “비닐하우스 여자 3명”, “건축현장 남자 5명”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지목한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거나 연신 담배만 피워댄다. 불에 타들어가는 담배만큼 일을 나가지 못하는 인부들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인부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따. 답답한 심경을 토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인력시장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 서모씨(57ㆍ남). 그는 다짜고짜 “슬프다”며 무겁게 입을 떼었다.
“30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 4개월 전 퇴직을 했어요. 지인의 권유로 퇴직금 전부를 투자했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었어요. 희망이 없어요” 그의 목소리엔 절망감마저 묻어난다.
서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꾸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행혀 작업반장이 자신을 부르지나 않을까해서다. 그 순간 누군가 서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 나온 지 1주일 기다림 끝에 첫 부름을 받게 됐다는 서씨. 그는 허겁지겁 일터로 떠나기 전 중얼거리듯 말했다. “많은 돈 바라지 않아요. 그저 하루하루 일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인부들이 받는 하루 일당은 8만 원 정도다. 현장 경험이 많으면 1~2만원 더 받기도 한다. 임금이 높은 현장은 일이 너무 힘들어 일당을 많이 줘도 매일 나갈 수가 없어 사흘 가량 번 돈으로 일주일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해 번 돈도 인부들이 모두 갖는 것은 아니다. 그중 일정액수를 인력공사 측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더욱이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례도 종종 있어 인부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만 진다.
경기호황일 때는 일거리가 많아 보통 100명 정도 모이지만 현재는 아파트 건축 등 건설 현장이 적어 인력시장에 모이는 인부의 수, 일을 나가는 인부의 수 역시 줄어든 상태다.
인력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들어 20대들도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인력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 연간 등록금 800만원 시대가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을 고된 일터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인력시장에서 일을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박모군은 “등록금이 비싼데다 타지역에서 와서 집값도 만만치 않게 들고 있어 용돈은 알아서 해결하려고 한다”며 “처음 하는 일이라 아직은 많이 힘들지만 주말마다 인력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손은 그동안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았던 듯 너무나 고와 보였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모이다 보니 나이 든 사람이 일을 구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인력시장에 나오는 나이 든 사람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 가고 있다.
아침 9시, 오늘도 인력시장의 하루는 저물었다. 이날 인력시장을 찾은 인부들 중 상당수는 줄어든 일거리로 인해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 그들 중 일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행여 늦게라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계속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인부들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가득 묻어났다. 하지만 인부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 위해 그들은 내일도 인력시장을 찾는다.
/윤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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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시장의 하루는 어둠이 걷히기 전의 차가운 새벽공기를 맞으며 시작된다. 새벽 4시30분도 되지 않은 시간, 사람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하나, 둘 인력시장으로 모여든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금세 60~7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제도 일을 나가지 못했다는 한 노인. 그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한다. 부인에게 인력시장에 간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구두를 신고 온채 말이다. 아직도 꽃샘추위가 덜 가신 듯 노인의 볼과 입술은 파랗게 물들어 있다.
절박함을 가지고 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자가 말을 붙이기는 쉽지 않았다. 남들과 멀찍이 떨어져 유난히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여학생이 이런 곳에는 어떻게 왔어?”라고 툭 던지듯 말을 건넸다.
신문사 기자라고 하자 “며칠째 일거리가 별로 없어 신경이 예민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는 이런 당신의 모습조차 끼니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야”라며 자리를 옮겼다.
새벽 5시가 가까워 오자 늘상 그랬던 것처럼 인력시장으로 승합차들이 들어온다. 한 건장한 사내가 “비닐하우스 여자 3명”, “건축현장 남자 5명”이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지목한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거나 연신 담배만 피워댄다. 불에 타들어가는 담배만큼 일을 나가지 못하는 인부들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인부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따. 답답한 심경을 토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인력시장에 온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 서모씨(57ㆍ남). 그는 다짜고짜 “슬프다”며 무겁게 입을 떼었다.
“30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 4개월 전 퇴직을 했어요. 지인의 권유로 퇴직금 전부를 투자했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었어요. 희망이 없어요” 그의 목소리엔 절망감마저 묻어난다.
서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꾸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행혀 작업반장이 자신을 부르지나 않을까해서다. 그 순간 누군가 서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에 나온 지 1주일 기다림 끝에 첫 부름을 받게 됐다는 서씨. 그는 허겁지겁 일터로 떠나기 전 중얼거리듯 말했다. “많은 돈 바라지 않아요. 그저 하루하루 일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인부들이 받는 하루 일당은 8만 원 정도다. 현장 경험이 많으면 1~2만원 더 받기도 한다. 임금이 높은 현장은 일이 너무 힘들어 일당을 많이 줘도 매일 나갈 수가 없어 사흘 가량 번 돈으로 일주일을 산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해 번 돈도 인부들이 모두 갖는 것은 아니다. 그중 일정액수를 인력공사 측에게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더욱이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례도 종종 있어 인부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만 진다.
경기호황일 때는 일거리가 많아 보통 100명 정도 모이지만 현재는 아파트 건축 등 건설 현장이 적어 인력시장에 모이는 인부의 수, 일을 나가는 인부의 수 역시 줄어든 상태다.
인력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 들어 20대들도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인력시장을 많이 찾고 있다. 연간 등록금 800만원 시대가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을 고된 일터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인력시장에서 일을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을 볼 수 있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박모군은 “등록금이 비싼데다 타지역에서 와서 집값도 만만치 않게 들고 있어 용돈은 알아서 해결하려고 한다”며 “처음 하는 일이라 아직은 많이 힘들지만 주말마다 인력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손은 그동안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았던 듯 너무나 고와 보였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모이다 보니 나이 든 사람이 일을 구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인력시장에 나오는 나이 든 사람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 가고 있다.
아침 9시, 오늘도 인력시장의 하루는 저물었다. 이날 인력시장을 찾은 인부들 중 상당수는 줄어든 일거리로 인해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 그들 중 일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행여 늦게라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계속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다음날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인부들의 뒷모습에는 쓸쓸함이 가득 묻어났다. 하지만 인부들은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 위해 그들은 내일도 인력시장을 찾는다.
/윤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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