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운 광경을 만날 때가 있다. 산의 능선과 기와집 지붕의 선이 서로 닮은꼴을 하고 있을 때이다. 나는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집을 지은이의 자연친화적인 마음이 읽혀지는 것이다. 그런 집들은 대개 조선시대에 세워진 고택이다. 요즘의 집들에게서는 그런 겸손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 도시의 외곽마다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연 친화적인 정신 태도를 볼 수가 없다. 공공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영악해져서 실리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눈높이가 산을 이겨먹을 만큼 교만해진 것이다.
예전에 했던 이야기인데 다시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 지난해에 도내 지자체들이 산책로를 만들려고 했던 거 말이다. 그때 도내 언론사마다 우려를 말했었는데 지금이 그 우려를 다시 말할 때가 아닌가싶다. 아마 어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길을 내면 주민들의 건강이 좋아질 게 아니냐고. 물론 운동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도내의 모든 언론사들이 그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멀리 내다보면 그게 결국은 자연 친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둘레 길이다 마실 길이다 해서 개발에 나선다면 도내의 산야가 그만큼 신음할 것은 뻔하다.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 제대로 사랑하는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제대로 된 자연주의자라면 생각이 한결같을 것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상책이다.
자연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에 썼던 글과 비슷한 글을 다시 쓰다 보니 그리운 사람이 있다. 지율이다. 모든 국민이 지율처럼 자연을 사랑했다면 국토가 이처럼 신음하지는 않을 터이다. 노무현 정부가 천성산을 뚫어서 경부고속철을 내려고 했을 때 그녀의 저항은 도저했다. 그녀는 세계에서도 전무후무한 단식 기록을 세우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그녀의 자연사랑은 존중받지 못했다. 천성산은 계획대로 뚫렸고 고속철 개통은 이제 지나간 역사가 돼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해 국내의 유명한 강들이 신음하고 있다. 그 저주 때문일까. 공사가 시작된 이래 각각의 현장에서 스무 명이 죽어갔다. 그 죽음들이 애도돼 마땅하건만 위정자들 중에 누구 한 사람 애도하지 않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일까. 이런 물음이 아무런 보람도 없기에 생각만 깊어지는 세월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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