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 禍와 福 (화와 복)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한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새옹지마의 고사는 이렇다.
-변경에 한 노인이 살았다. 어느 날, 거의 전 재산이랄 수 있는 말이 없어졌다. 이웃들이 위로하자 이 노인은 “이 화(禍)가 내일의 복(福)이 될지 모르지요.”라며 태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후 나갔던 말이 제 짝을 데리고 돌아왔다. 말 두 마리가 됐으니 경사가 난 셈이다. 이웃들이 기뻐하며 축하하자 이 노인은 “이 복이 내일의 화가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꾸했다. 그 후, 외아들이 말을 타다가 낙상, 다리가 부러졌다. 이웃들이 걱정하자 이번에도 “이것이 또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별 걱정하지 않았다. 얼마 쯤 후,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왔다. 젊은이들이 징집돼 전장으로 끌려갔지만 이 외아들은 다리부상으로 이를 면해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삶을 길게 봤을 때 오늘의 화가 내일의 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또 오늘의 복이 내일의 화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우는 ‘새옹지마’ 유래 이야기다. 한 때의 화나 복에 대해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
성경의 요셉 이야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형들의 미움을 받아 어린 나이에 애굽으로 팔려가 종살이, 투옥 등으로 갖은 고초를 다 겪게 되지만, 그 후에 총리가 돼서 기근에 허덕이는 아버지와 형제들을 구해냄으로써 결국은 전화위복이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또 이것이 요셉 사후 이후 이스라엘 민족으로 하여금 끝내 애굽의 노예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고, 훗날 모세에 의해 민족구원의 ‘출(出)애굽’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점까지를 감안하면 기나긴 인생길에서 개인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영원한 화도, 또 영원한 복도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오늘 날 많은 사람들이 화라고 생각하는 실직, 결핍, 이혼, 손실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 머지않아 이로 인한 고통이 끝나게끔 돼 있다. 인생의 원리다. 너무 낙망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다만,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신을 굳게 지킬 필요는 있다.
/서재철 주필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