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가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나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이 왜 저럴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럴 때의 의문은 속을 불편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인간미가 있는 사람은 그 직분이 낮아도 존경스럽다. 후덕함으로 많은 선행을 쌓았으리라는 믿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미가 부족한 사람은 직분이 아무리 높아도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 지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을까하는 불신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미가 있는 이의 말은 자연스럽고 은혜롭다. 억지스러운 데가 없고 고집스럽지 않다. 그리고 겸손하다. 그러나 인간미가 없는 이의 말은 대개 어불성설이다. 교만하고 미련스럽다. 인간미가 없는 이의 말은 시야가 좁고 근시안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역겹고 불쾌하다. 인간미란 영혼의 개화이고 향기이다. 그래서 인격을 덜 갖춘 이가 인간미 있는 말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사회는 병들어 있다. 출세지상주의자들 때문이다. 그들의 발언을 취합하다보면 머리를 아니 흔들 수가 없다. 망언이라도 보통 망언이 아닌 까닭이다. 망언이라고 하면 일본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생각나는데 최근에 한국의 몇몇 저명인사들이 뱉어냈던 말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 싶다.
천안함 침몰로 많은 장병들이 죽었을 때가 생각난다.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서 짐승처럼 울어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한 자가 있었다. 그 발언이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 공분을 크게 샀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자는 현재 최고 권력자의 총애를 받고 있다. 구제역 사태로 축산 농가들이 가슴을 치며 통탄하고 있을 때, 어떤 정치인이 했던 말도 생각난다. 땅에 뭍은 소며 돼지들이 퇴비가 돼줄 거라고 했던 발언 말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지만 전직 농림부 장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니 별스럽다. 카이스트의 잇단 자살사태는 올 봄을 아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때 총장이 했던 망발도 생각난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교들은 자살자가 더 많다며 항변했던 것이다. 결국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그는 아직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토부장관이 크게 한방 터뜨렸다. 4대강 개발과 관련해서이다. 그동안 개발 현장에서 스무 명이나 죽었는데 그에 대한 해명이 해괴하다.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의 실수로 죽었다니 망발도 이쯤이면 기네스북 감이다.

/이희찬 논설위원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