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이란 말이 있다. 먹음직스러워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실속이 없어 먹을 게 별로 없는 닭갈비를 뜻한다.
이 계륵과 관련된 고사가 삼국지에 나온다.
조조와 유비가 한중(漢中)땅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유비 군대의 철벽같은 수비에 조조는 전진이냐 후퇴냐를 놓고 고민과 갈등에 빠진다. 한참만에 결정을 내린 조조는 의중을 묻는 장수들에게 ‘계륵’이란 암호명을 내린다.
모두가 그 정확한 의미를 몰라 전전긍긍한다. 다만 한 사람, 양수(楊脩)만이 한중땅을 닭갈비에 비유, 휘하의 군졸들에게 후퇴명령을 내린다. 조조의 의중을 정확히 읽었던 것이다.
조조는 그의 영민함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조조는 양수가 제멋대로 후퇴명령을 내려 군기를 무너뜨렸다는 이유로 그를 참수하고 만다. 그의 영민함이 자기를 앞선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놓아들 경우 훗날 자신의 라이벌로 떠오를까 두려워서였다. 경쟁심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조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일 유비같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실리보단 명분을 중시하는 유비로선 한중땅을 계륵으로 여기지도 않았겠지만, 설사 그렇게 여겼더라도 그 장수에 대해 오히려 상을 내리고 진급도 시켜 더 큰 일을 시켰을 것이다.
사실 조조는 유비보다 훨씬 뛰어난 지략가였다. 모든 면에서 앞섰지만 단 하나 덕이 부족했다. 바로 이 부덕의 소치로 훗날 유비보다 늘 낮게 평가받곤 했다.
그러나 경쟁심과 이기심이 조장되는 사회에선 덕(德)이 설자리가 없다. 지금이 그런 사회다. 인재(人材)의 개념도 덕 쪽보다는 ‘경쟁심과 이기심이 앞선 자’로 바뀐 지 오래다. 그 탓에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현장에서조차 덕 교육은 실종됐고 그저 경쟁심과 이기심만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인생에서 길게 봤을 때 삶에서 가장 우선되는 게 덕일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서재철 주필

<Copyrightⓒ전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