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는 약 3백만명의 선·후천적 장애인들이 있다. 모두가 고귀한 생명들이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 스스로의 장애 극복의지다. 독립된 개체로서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불굴의 투지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의 대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우주신비를 꿰뚫는 그의 통찰력과 논리정연한 우주물리학 이론은 그를 현존하는 물리학자 중 우주의 비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천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위대성은 굳은 의지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했다는 점에 있다. 그가 불치의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걸린 것은 대학 졸업반 때였다. 운동신경이 점진적으로 파괴돼 마침내 심장을 움직여주는 신경에까지 이르면 죽고마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검불같이 바싹 마른 몸매, 안면근육까지 마비돼 감정표현조차 안되는 얼굴, 휠체어가 덜컹거릴 때마다 같이 움직이는 머리…. 듣고 보고 손가락을 약간 움직일 수 있는 것 외엔 거의 모든 신체기능을 상실해 버린 그였지만 불굴의 의지로 세계물리학계를 놀라게 하며 이미 전설적인 존재가 됐다.
그런가하면 불후의 명저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 역시 남성을 거세당한 불구자였다. 2천여년 전에 쓰여진 이 역사책은 중국의 전설적인 삼황오제로부터 그 자신 생존당시까지의 1천여년 역사를 기록한 대작이다. 무려 52만6천5백 자로 권수로는 1백30권이나 된다. 그것도 나무나 대를 깎은 패찰에 일일이 새겼으니 그 패찰 한 장에 20자씩 새겼다고 해도 2만6천장이나 새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불가사의, 인간능력 한계 밖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이 대작을 사마천은 치욕과 고통속에서 완성시켰던 것이다. 인류 최대 유산의 하나인 ‘사기’가 불구자의 몸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 그런가 하면 프랑스 명문귀족의 마지막 후예로 태어난 몽파르나스의 기인 뚤루즈 로트렉 역시 기막힌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15세 때 작은 실수로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고 또 골절상을 당해 하반신 성장이 중지되는 불운을 맞았다. 고통과 분노, 저주와 좌절속에 그의 삶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다. 그러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 결국 위대한 화가가 됐다. 무서운 불운이 위대한 화가로 탄생시켰다는 것은 놀라운 역설이며 또 놀라운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누구나 쉽게 기억하는 귀머거리였지만 이를 극복한 베토벤이 있다.그리고 간질병과 사형수라는 극한상황을 이겨낸 '죄와 벌'의 러시아의 위대한 대작가 도스토예프스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신체적 장애는 반드시 불운이나 불행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과 승리를 위한 신의 은총일 지도 모른다. 아무조록 신념과 용기를 갖기 바란다.

 /서재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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