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ㆍ19의 51주년이다. 4ㆍ19가 나던 해, 나는 오까리 딱지를 갖고 놀던 철부지였다. 뺨이 붉었던 그 꼬마는 이제 입술 옆에 살이 처지고 머리에는 서리가 내렸다. 마음은 청춘인데 육신은 어느새 중년을 넘어서 노년 초입에 들어서버렸다. 돌이켜보니 너무 무상하다.
4ㆍ19는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그들이 국민을 두려워했더라면 4ㆍ19는 없었을 것이다. 정치파동을 야기하며 집권 연장을 계속하다가 끝내는 영구집권을 꾀했던 것이 화가 되었다. 이기붕 일가는 자살로 생의 종말을 고하고 이승만 대통령은 멀리 하와이로 망명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4ㆍ19는 한국사회에 씻을 수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총탄에 쓰러져간 학생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서울의 수유리가 바로 그 비극의 현장이다. 그러나 희생자는 묘지에 누워있는 이들만이 아니다. 부상자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 정신불구자가 된 이들은 어쩔 것인가. 유족과 친척들의 가슴에 켜켜이 쌓였을 한은 또 어쩔 것인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가 4ㆍ19 희생자들에게 사죄키로 했다는 신문보도가 어제 있었다. 이제 역사적인 화해가 이루어질 것인가. 사실이지 이승만 전 대통령은 나라를 세운 국부적 존재였건만 그동안 존경은 고사하고 역사의 원흉처럼 매도됐었다. 독립운동을 오래하고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민족의 자존심을 세운 걸출한 인물이었지만 그게 국민의 가슴에 평가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화해의 의미를 깊이 묵상한다. 화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화해는 용서가 있은 다음이라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 용서가 지난하다. 한 번 가버린 목숨, 한 번 가버린 세월은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희생자 유족회 측은 사죄의 내용을 들어보고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 사죄가 삼배구고두 (三拜九叩頭 )정도가 될는지.......
화해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 고장에 자살자가 많다니 걱정이다. 한 달에 쉰 명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영혼이 둘로 쪼개진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을 용서하고 위로하고 포옹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낙화시절에 비감을 참으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나는 살려고 한다. 끝끝내 살아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는 참이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