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자살한 사람 수가 전북도내에서만 무려 2,94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그렇게 나타나 있다. 어쨌든 이 자료에 따르면, 도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수가 매년 590명에 달하며, 월별로는 50명에 이른다.
인구 190만명도 채 못되는 전북에서 매월 5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살하고 있는 것은 그냥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자살분포가 어느 특정 계층에 몰려있는 게 아니라 무직자는 말할 것도 없고 농업, 일반 회사원, 노동자, 접객업 종사자 등을 망라한다. 연령별도 20-30대가 많아 어떤 사회적 흐름같은 걸 느끼게 만든다.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에 자살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자살만연, 이건 분명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치유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속성을 지녔다. 자살사태를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사회 자체가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원인이 뭔가. 바로 생명경시 풍조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교육 부재와 물질 위주의 사회적 가치관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원래 생명은 자기 것이 아니다. 천부적인 것이다. 그러나 워낙 '소유'를 강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함몰된 우리는 생명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극기 등 인간교육을 소홀히 한 채, 오로지 기능위주의 교육에만 매달리다 보니 학생들 스스로 난관 극복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가 하면, 이미 시장(市場)이 되어버린 사회는 생명조차도 가격을 매기다 보니 생명의 존엄성이나 천부성 등은 실종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젊은이들이 난관을 만나면 이를 극복하기 보다는 무조건적인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살을 택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굴곡진 삶을 살다보면, 현실 적응이 도저히 어려워 그걸 피하고 싶을 오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인성교육이 학교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되며, 사회의 생명존중풍토 조성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